“행정수도특별법, 올해 골든타임…세종이 정치·행정 중심축 될 것” [민선 9기 광역단체장을 만나다-조상호 세종시장]

시청 마다하고 산단 인근 출장소에 집무실
자족도시 완성 위해 현장과 가까운 곳 선택

3년째 적자…광역 중 첫 ‘재정주의’ 위기감
보통교부세 증액·세수 기반 확충 전력투구
‘국토공간 대전환’ 행정수도 완성 실현 온힘
마라톤하기 좋은 세종…‘한글런’ 이어갈 것


조상호 세종시장이 9일 오후 세종시 연서면 봉암출장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시장은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산단 인근인 이곳에 집무실을 설치했다. 세종=이상섭 기자



1일 업무를 시작한 조상호 세종시장의 인터뷰는 세종시 연서면에는 있는 작은 출장소, 봉암출장소에서 진행됐다. 원래 민원서류 발급 등 제증명을 위해 설치된 이곳 한쪽을 자신의 집무실로 바꾼 조 시장은 이곳과 시청 본관을 오가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구 40만 도시의 광역자치단체장이 쓰기에는 다소 초라해 보이는 이 작은 공간을 집무실로 선택한 이유는 이곳이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인근에 있어서다. 조 시장은 “‘자족도시 완성의 핵심은 스마트 국가산단’이라는 판단 아래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민원을 빠르게 해소하고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고자 이곳을 현장 집무실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는 9일 봉암출장소에서 제5대 세종시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조 시장을 만나 정체됐던 세종시의 발전 계획과 ‘행정도시특별법’이라는 큰 숙제를 풀어낼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 장소가 특이하다. 시청이 아니라 산단 인근 작은 출장소 내 집무실이다. 시청에서도 기존 시장실이 아닌 옛 야간부시장실을 쓴다고 들었다.

▶원래 세종시가 충남 연기군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 그래서 산업적 기반이 별로 없다. 제가 2017년에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세종시에도 국가산단이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 제안했다. 그리고 어렵게 협상해 대통령 공약으로 세종시에 국가산업단지를 하나 두기로 정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토지 보상이 끝나가는 상황이다. 선거 기간 시민들께 국가 산단의 유력 기업 유치가 어느 정도 가늠이 될 때까지 필요하면 현장에 컨테이너를 갖다 두고서라도 현장 사무실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됐으니 약속을 지키는 거다. 다만 산단 부지를 알아봤더니 법적 문제가 있어 민간 사무실을 임대를 추진하다 이 공간이 비어 있으니 여기를 쓰시는 게 어떠냐는 직원들의 제안이 있어 (봉암출장소에) 오게 됐다.

-세종시의 재정난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올해 하반기에만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들었다.

▶세종시가 출범한 지 10년 좀 더 됐는데 올해와 내년이 재정적으로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3년 연속 1000억원 정도 적자가 났다. 1000억원이라는 돈이 죽을 정도로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연속으로 적자가 나다 보면 시민들을 위한 좋은 서비스가 대폭 축소되고 꼭 해야 하는 일들도 못 하게 된다. 그럼 직원들로서는 무기력증 같은 게 생긴다. 뭘 해보려고 해도 돈이 없다 보니 자신감이 줄어들게 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16개 광역단체 중 최초로 ‘재정주의 자치단체’로 지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재정주의 자치단체란 지방재정법에 규정된 것으로, 예산 대비 채무비율아 25% 초과하면 지정되며, 재정 건전화 계획을 수립, 보고해야 한다. 25% 초과 시 ‘주의 단체’, 40% 초과 시 ‘심각 단체’로 각각 지정된다.

조 시장은 재정난에 대해 많은 답변을 할애했다. 그는 “재정부족은 시 출범 당시 특별자치시 법적 지위에 맞는 재정 구조를 설계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여기에 단층제(시청 아래에 구청이나 군청 같은 기초자치단체를 따로 두지 않고 세종시청 하나의 광역자치단체가 모든 행정 사무를 직접 처리하는 구조), 취득세 중심 세입 기반의 한계로 재정 부족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재정 구조를 정상화해야 안정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수입 측면에서 구조적 모순을 풀기 위해 보통교부세 정률제 추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발부담금 활용, 세수 기반 확충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지출 측면에서는 인수위부터 운영하는 재정안정화TF를 시 차원에서 공식 출범시켜 관례로 지출해 온 사업과 재정 구조를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부세 문제도 여전하다. 보통교부세가 제주의 6.5%에 불과하다. 교부세 정률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제주는 광역·기초가 통합되면서 특례로 보통교부세 총액의 3%를 정률로 받고 있다. 규모는 약 1조8000억원이다. 제주 인구가 67만명이니 주민 1인당 271만원꼴이다. 반면 세종시는 정률제가 아니라 재정특례를 적용받는다. 지원 규모가 불안정하고 그나마 일몰 연장을 통해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왔다. 세종시 교부세가 지난해 1159억원이다. 인구 39만명이니 1인당 30만원꼴이다. 보통교부세 총액을 증액하면서 제주와 같은 정률제를 도입하는 것이 (재정난의) 근본 해결책이다. 현재 보통교부세는 내국세 총액의 19.24%를 법정률로 교부하는 구조로, 전체 재원은 한정돼 있다. 2025년 보통교부세 총액은 60조4000억원이다. 관건은 교부세 전체 파이를 키워 법정률을 올리는 것이다. 교부세 총액을 늘리는 시도와 함께 세종시법을 개정해 세종시에도 보통교부세 정률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의 체계는 행정수도 완성 비용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행안부에도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추진 중인 대통령 집무실, 국회의사당 등이 세워지면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로 행정수도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제2집무실 이전이 확정됐지만 행정수도 세종은 아직 법·제도적으로 명문화되지 못했다. 이에 행정수도를 뒷받침하는 재정적 인프라도 갖추기 어려웠다. 시정 5기 슬로건을 ‘국가 균형성장의 중심 행정수도 세종’으로 정한 것은 임기 내 행정수도 완성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다. ‘국토공간 대전환’은 제가 지난 대선 당시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도입한 개념으로 행정수도를 통해 국토·국정운영 공간을 넓히자는 것이다. 사실 지금 세종을 행정중심복합도시라고 하지만 약간 어정쩡한 상황이다. 현재로는 절반, 이런 느낌이다. 그렇게 해서는 실제 국가를 운영하는 데 상당히 부담이 될 거다. 대통령 공약을 만들 때 국정 과제를 제가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었다. 거기에 대통령의 약속으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았다. 대통령은 이미 약속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당시 정청래 대표께서 지방선거 기간 때 행정소송 특별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확언하셨다. 국민의힘도 찬성한다 밝혀 여건은 나쁘지 않다. 저는 올해를 행정수도특별법의 골든타임으로 생각하고 올해 반드시 관철하려고 노력 중이다.

-행정수도특별법이 통과되면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뭐가 달라지나.

▶국정 운영의 틀이 바뀌는 거다. 우리나라 정치·행정 부문의 중심축이 바뀌는 거다. 1392년부터 서울이 계속 서울 역할을 해왔는데 정치와 행정 분야는 이제 세종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서울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별 문제가 없다. 서울은 너무 아름답고, 이제 곧 글로벌 도시 중 하나로 우뚝 설 거다. 반면 세종의 눈으로 대한민국을 보면 서울에 너무 다 몰려 있다. 과부하가 생기거나 비용이 너무 올라가는 것 같다. 지금에서 한 10% 정도만 덜어내 줘도 서울이 훨씬 더 슬림해지면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조 시장은 행정수도에 얽힌 고인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꺼냈디.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다. “행정수도가 출현하면 우리나라를 운영하는 방식에 가장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게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님과 이해찬 총리님이 뜻한 바입니다. 그걸 실현해 보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조 시장은 인터뷰하는 동안 왼쪽 손목에 이재명 대통령 시계를 차고 있었다. 조 시장이 올해 2월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의하면 원래 이 시계는 이 전 총리가 차던 시계였다. 그런데 이 총리가 돌아가신 뒤 이 총리의 부인인 김정옥 여사가 조 시장에게 준 이 전 총리의 유품이었다. 조 시장은 이 전 총리가 세종을 지역구로 국회의원을 지낼 때 보좌관으로 보필하며, 이 전 총리의 ‘정치적 아들’로 불리기도 했다.

조 시장은 이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치행정분과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선거 기간 “이해찬처럼 싸우고, 이재명처럼 일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복안도 말해달라.

▶기업인들도 사실은 행정수도라는 타이틀에 기대를 걸고 많이 오셨는데 세종시가 아직 인구가 39만90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종시의 역량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어서 일테다. 행정수도가 중앙 정부를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너지를 잘 못 내고 있다. 저는 세종시 관내 제일 큰 기업은 국가라고 생각한다. 매출이 760조원가량, 직원이 3만명 넘는 기업인 거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비즈니스를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도 되게 잘 나가는 기업이다. 세종시 입장에서는 이 기업이 그런 비즈니스를 가급적 세종이라는 공간을 활용해서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머지 기업들도, 협력업체들도 이 중앙부처라는 기업과 세종에서 비즈니스를 하도록 잘 이어주는 것이 저로서는 제일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세종시는 이름부터 세종대왕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래서 한글에 관심이 많고 그런 쪽에 신경을 많이 써온 도시다. ‘한글런’도 눈길을 끈다.

▶‘한글런’은 아주 좋은 행사라서 계속 잘 발전되도록 하고 싶다. 요즘 청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러닝 행사이기도 해서 관심은 많다. 더구나 세종시가 원래 평지라 이런 마라톤대회 하기에 아주 적합한 도시다.

-4년 임기 동안 꼭 실천하고 싶은 공약이나 정책이 있다면.

▶‘자족도시 완성(1호 지시)’와 ‘행정수도(2호 지시)’를 반드시 실천해 체감도 높은 성과로 돌려드리겠다. 취임 전부터 시민 여러분을 위한 ‘쓸모 있는 머슴’이 되겠다고 밝힌 마음을 잊지 않고 시정 5기를 이끌어 나가겠다. 시정 5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민소통’이다. ‘시민여상(視民如傷)’은 ‘시민의 삶을 내 상처를 돌보듯 보라’는 고사성어로, 주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방정부의 본령에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4년 후인 2030년은 세종의 완성기로 국가기관 이전이 가시화되고 복합자족도시를 완성하는 시기다. 이때 시민들이 지난 4년이 세종의 황금기라고 기억해 주신다면 주어진 소임을 다 한 거라 생각한다.


정리=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