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제한 기준 너무 낮아” vs “금리인상기, 대출 한도 상향 신중히”

금융위, 부동산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
“보완 수단 없이 총량규제 완화는 부담”
“대출 총량규제, 일시적 조치에 그쳐야”


“대출은 돈이 없는 사람이 받는 겁니다. 1970~1980년대 서울 신축이 1000만원, 2000년대에는 억단위, 그 이후로는 10억원대가 디폴트값(기본값)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제한 기준을 너무 낮게 잡아놓은 게 아닐까요. 대출 규제 가격선을 올려야 합니다.” (백시정 네이버 부동산카페 ‘아름다운내집찾기’ 운영자)

“대출 규제 완화는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년의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해야 합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인상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를 두고는 가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주택금융에 대한 여론을 듣기 위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연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의견 경청 토론회’에서도 금리 상승기에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이 취약 차주의 빚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신중론과 내 집 마련 기회를 막는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완화론이 팽팽히 맞섰다.

부동산카페를 운영 중인 백시정 씨는 “대출이든 세제든 기준이 되는 가격이 문제”라며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2억원이고 평균가격이 15억원인데 고가주택의 기준이 15억원이 맞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청년 대출을 완화하자는 말이 없어 20·30대 입장에서 상당히 불평등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선영 교수는 “금융정책 본연의 목적을 봤을 때 규제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규제는) 부동산 대출 쏠림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일본 부동산 버블이나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금융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차주가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빚을 져서 취약가구로 전락하는 일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청년층 대출 규제 완화는 목이 마른 상황에서 소금물을 마시는 격”이라며 “공공 공급 정책과 재정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년층 지원과 함께 전세대출·이주비 대출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전세자금 대출 규제 완화는 수요를 늘리는 것”이라며 “공급 과잉인 비투기지역에서 수요가 늘어난다면 문제가 안 되지만 서울 등 특정 지역에서는 (전세대출 규제 완화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대출 비용을 높이면 주택 수요를 안정화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 부담금을 개인에게 직접 부과하는 건 어렵다. 거시건전성 책임은 당연히 정부와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가계부채 총량 규제의 궁극적 목적이 가계부채 안정인지 부동산 시장 안정인지를 봐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총량 규제를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주근접을 해소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만 총량 규제를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서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금융당국이 취하는 주요 규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시건전성 규제와 대출 총량 규제인데, 거시건전성 규제의 경우 폭발력을 고려하면 손을 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량규제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 없이 무작정 완화한다는 것은 거시경제, 한국 경제 측면에서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모든 분들이 그나마 이해할 방안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서상혁·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