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치료 40년…센터 기틀 갖추고 퇴임
저보상·고강도에 중독 전문의 ‘태부족’
“단약, 사람과 공동체 네트워크의 힘”
치료 기회주는 ‘약물법정’ 도입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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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연구에 따르면 중독 치료에 1달러를 투입하면 최대 12달러의 사회적 편익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정부가 마약 투약자의 치료와 재활에 투자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사회적 손실을 막는 일입니다.”
40년 가까이 마약 치료에 전념해 온 조성남 대한법정신의학회장.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마약관리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신설된 센터의 운영 체계를 갖추고 지난달 말 퇴임한 조 회장을 만났다.
조 회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자체가 마약 중독 치료를 위해 제대로 된 공공 인프라를 만들기 시작한 시간”으로 기억했다.
서울시마약관리센터는 10개 병상을 갖추고 마약류 중독자의 상태에 따라 입원·외래 환자를 구분해 개별 상담과 각종 프로그램, 뇌 자극 치료 등을 진행한다. 치료 이후 꾸준한 재활까지 연계하는 것도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조 회장은 민간병원에서는 수익성과 운영 여건 때문에 하기 어려운 치료를 공공이 책임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하지만 여러 한계도 경험했다. 정작 중독된 환자를 돌볼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했다. 조 회장은 센터를 준비하면서 정신과 전문의 3명으로 의료진을 꾸릴 계획이었으나 충원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혼자 입원·외래 환자를 감당해야 했다.
그는 “직원이 30명, 병상은 10개인데 정작 마약 환자를 돌볼 의사가 없다”며 “치료에 끈기가 필요하고 보상도 충분치 않으니 센터로 선뜻 오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체감한 마약 문제의 양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과거에는 필로폰에 중독된 중년 남성이나 전과가 있는 환자가 많았다면 이제는 2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약을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필로폰 중독 환자가 대부분이었고 어린 층에선 본드(접착제)나 부탄가스 남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양상이 크게 달라졌어요. 지금은 20대가 가장 많고 마약관리센터 환자의 70~80%도 20대입니다”
치료 현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스스로 약을 끊겠단 의지를 갖추고 도움을 달라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았다. 최근에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죄의 크기를 줄이려는 목적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젊은 초범 환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의도로는 한 번 경험한 중독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고 조 회장은 강조했다.
“악착같이 해서 약에서 벗어난 한 중독자가 이런 얘길 했어요. ‘피눈물을 흘려보지 않고는, 뼈저린 반성 없이는 약물 중독에서 회복될 수 없다’고요.”
그는 인터뷰 내내 ‘회복 네트워크’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마약 중독은 한 번 입원해 해독한다고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재발을 막기 위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그 중심에 NA(마약회복자 자조모임)와 재활시설이 있다고 봤다. 그는 “중독자 상당수는 가족과 관계가 끊기고 경제적 기반도 무너진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한다”며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예전 인간관계와 환경으로 돌아갈 위험이 큰 만큼 마약을 권했던 관계를 끊어내는 대신 마약을 끊고 버티게 해주는 새로운 관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인천·부산·김해·대전·제주 등지에서 마약류 NA가 운영되고 있다. 회복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중독자의 단약을 돕는 구조다.
마약 중독자들이 공동체를 꾸려 생활하는 주거형 재활시설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도 같은 맥락에서 중요하다. 다르크는 회복자들이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설로 국내에는 2012년 서울에 처음 문을 열었다. 한때 5곳까지 있었지만 여러 운영상의 문제 때문에 현재는 서울·인천·제주 등 3곳만 남아 있다.
조 회장은 “가족과 자조모임, 재활센터, 치료진이 여러 겹의 끈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나의 끈이 끊어져도 다른 끈이 붙들 수 있다”며 “중독자를 붙드는 건 결국 사람과 공동체”라고 말했다.
그가 회복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 경험을 소개했다.
출소 직후 입원 치료를 받고 7개월간 단약을 이어가던 50대 필로폰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는 치료를 마친 뒤 센터 인근 고시원에 머물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장도 구해 다녔다. 새벽기도를 나가고 외래 진료도 꾸준히 받으며 일상을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과거 함께 마약을 하던 사람들과 다시 접촉한 뒤 재발했다.
반대로 법원이 치료 기회를 열어주면서 회복을 이어간 사례도 있었다.
조 회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필로폰 환자에게 법원이 서울시 마약관리센터에서 치료받는 조건으로 불구속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다”며 “그 환자는 3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지금도 외래 진료를 받으며 단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이런 이유로 약물법원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판사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재량이 넓지 않고 치료감호 역시 검사가 청구해야만 가능한 구조”라며 “중독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보다 치료이고 법원이 치료를 명하고 그 이행을 계속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