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6·3지방선거 ‘공보물 논란’ 선거 불신의 예고편이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은평구의 한 유권자가 특정 후보 공보물만 수십 장 받은 사건을 취재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주민센터와 선거관리위원회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작업 과정에서 생긴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크고 의도가 있었다면 여러 사례가 나왔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당시 가장 큰 의문점은 공보물이 수십 장 들어간 이유보다도 그 이후의 대응이었다. 유권자는 선거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사진까지 보여주며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선거가 끝난 뒤 보고하겠다”는 것이었다. 즉각적인 원인 조사나 설명도 없었다.

물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공보물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근거는 확인된 바 없다. 전문가들도 조직적인 부정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유권자가 납득할 만큼 원인을 규명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도 절차에 대한 신뢰다. 당시에는 단순 해프닝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잘못된 공보물 봉투는 이번 선거를 둘러싼 혼란의 예고편이었다.

선거는 끝났지만 논란은 진행형이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재투표 요구가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는 선거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집회가 한 달 넘게 열리고 있다.

선거 당일에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기 때문이다. 선거를 실시하는 국가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가 제대로 투표하지 못하는 상황은 해외에서도 이례적이다. 선거 준비 기관이라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기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이 체감한 것은 충분한 설명이나 책임 있는 후속 조치보다는 “관리상 미흡”이라는 짧은 해명 뿐이었다.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이 왜 의문을 갖게 됐는지,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한 달간 선후배 기자들이 무더위 속 올림픽공원을 찾아 취재하는 모습을 보며 가장 크게 든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누군가는 확신을 갖고 거리로 나왔고, 누군가는 국가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그 자리를 지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정치적 피로감을 이유로 상황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소모전을 이어가는 동안 정작 가장 먼저 국민 앞에 나서야 할 정부와 선관위는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그 결과가 곧 권력이기에, 이를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유지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관위가 관리해야 하는 것은 투표함만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 역시 선거관리의 일부다.

진실은 사실관계와 법적 절차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답답한 것은 국민의 의문에 책임 있게 답하려는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한 공보물 봉투에서 시작된 작은 의문을 가볍게 넘긴 결과는 더 큰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선거에서만큼은 어떠한 실수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되선 안된다.

정주원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