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허락 없이 ‘무한 재생’·‘자동 스크롤’ 못한다…‘청소년 SNS 중독 방지법’ 윤곽

‘연령 제한’ 아닌 ‘관리·감독 강화’로 가닥
연령 인증 강화·자녀 콘텐츠 이용 확인 의무화
“정부 입장 정리…이른 시일 내 입법 추진”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앞으로 청소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할 때 보호자의 동의 없는 ‘무한 재생’과 ‘자동 스크롤’ 기능은 사용이 제한된다. 호주를 시작으로 일부 국가에서 일정 연령 이하 청소년에 대한 ‘SNS 이용 금지’ 조치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연령 제한이 아닌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는 지난 15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진행된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청소년 SNS 규제와 관련해 “간담회와 해외 정책 사례 분석을 통해 정부 내부의 입장이 정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방미통위에 따르면 정부는 청소년 SNS 중독 방지 대책으로 ▷사업자의 본인 연령 인증 강화 ▷자녀의 콘텐츠 이용 행태 확인 등 부모의 관리·감독 기능 의무화 ▷무한 스크롤·자동 재생 등 중독 유발 기능 적용 시 보호자 동의 의무화를 입법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방미통위는 청소년 SNS 중독의 심각성과 정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아래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지난해 말 후보자 청문회에서 호주 정부가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 차단에 나서자 “우리도 너무나 당연하게 (청소년 SNS 중독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연령 제한’과 관련해서는 일방적인 규제만으로는 SNS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열린 방미통위 주최 아동·청소년 SNS 정책 간담회에서 “무조건 SNS 사용을 차단하는 것보다는 사용 시간을 줄이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의제를 모아 청소년 당사자에게 찬반을 묻는 논의 방식 등을 통해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SNS를 차단하면 우회해서 보는 방법이 당연히 생길 것”이라며 특정 연령 이상에게 SNS 사용을 금지하는 ‘호주식’ 규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저연령 아동층과 주변부 청소년을 일률적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 실효성 있는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청소년 SNS 중독방지법을) 이른 시일 내 의원 발의를 거쳐 국회 의결까지 이끌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에서 시작된 아동과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처는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 영국은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로 한 데 이어 16∼17세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영국은 ‘SNS는 어린이들을 중독시키도록 설계됐다’며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막는 법 추진을 공식화했고, 같은달 캐나다 정부도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프랑스는 올해 9월부터 15세 미만에 대해 SNS 사용을 막기로 했다. 그리스에서는 내년부터 같은 연령대 대상으로 SNS 금지 법안이 발효된다. 덴마크의 경우 지난해 11월 15세 미만 자국민에게 특정 SNS의 사용을 막는 조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지난달부터 16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이 SNS 계정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