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3억 시대’ 시작됐다, ‘노도강’으로”…대출 규제가 바꾼 서울 집값 지도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잇달아 높이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수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0억~15억원대 아파트 거래는 위축되는 반면, 대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10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노원·도봉·강북구 일대 전용면적 59㎡ 안팎의 중소형 아파트에서 최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59㎡는 지난달 26일 11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지역 ‘월계센트럴아이파크’ 전용 59㎡ 역시 지난달 23일 10억78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강북구와 도봉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강북구 송천동 ‘송천센트레빌’ 전용 59㎡는 지난 5월 23일 1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고, 미아동 ‘삼성래미안트리베라2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3일 9억7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4일 8억95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같은 면적이 7억7000만원(6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오른 가격으로, 2021년 최고가인 9억2000만원에도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강화된 대출 규제가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하는 등 금융권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전반의 공급 부족 우려와 전셋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이어지는 데다, 반도체 업계 성과급 지급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난 점도 외곽 지역 매수세를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힌다.

거래량 증가도 서울 외곽에서 두드러진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건수는 중랑구가 전년 대비 109.6%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은평구(87.9%), 강북구(72.4%), 관악구(49.9%), 도봉구(48.9%) 순으로 증가했다. 반면 강남구(-19.8%)와 서초구(-0.37%)는 오히려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서울 외곽과 수도권 중저가 지역으로의 수요 이동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담대 한도가 줄어들면 매수 수요는 당연히 서울 외곽이나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지난 집값 상승기에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던 젊은 무주택 수요가 많았던 만큼, 이번 대출 규제 역시 가격이 저렴한 수도권 비규제지역이나 경기 북부로 수요가 확산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곽 지역의 가격 상승이 실수요 유입에 따른 현상인지, 단기적인 풍선효과인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향후 금융권의 추가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 정책이 이어질 경우 현재 나타나는 서울 외곽 중심의 가격 강세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