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벌었지만 투자자는 아직…홈플러스 살릴 ‘새 주인’ 나타날까

메리츠그룹 이사회서 오늘 중 2000억 대출 결론 전망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 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홈플러스에 조달할 예정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1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에 대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실행 안건을 최종 심의·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의 모습.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 홈플러스 긴급운영자금(DIP금융) 대출을 두고 극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했다. 홈플러스는 당장 파산은 면했지만 인수할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가까스로 재개된 회생절차가 다시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리츠 이사회 오늘 중 대출 결론


1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에 2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을 시행하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개인 보증이 전제다. 이사회 결과는 이날 오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주심 박소영 부장판사)는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즉시항고 기한인 오는 20일까지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을 조달하면 회생폐지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메리츠금융그룹 이사회가 대출안을 승인하면 홈플러스는 회생법원의 폐지결정에 즉시항고 할 수 있다. 회생법원이 승인하면 회생절차는 재개된다. 채무자회생법상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법적 기한은 회생절차개시일부터 최대 1년6개월로, 오는 9월 4일까지다.

메리츠금융그룹 이사회의 판단에 시장 시선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서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대규모 자금 대여를 결정하는데 대한 이사회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DIP 금융 지원을 받더라도 회생계획안 인가와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청산·파산을 통한 원리금 회수 대신 추가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메리츠금융그룹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이사회 내부에서도 신중한 판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0억원은 연명자금…결국 새주인 찾아야


파산 위기에 놓였던 홈플러스가 2천억 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생 절차를 다시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오늘 오전 이사회를 열고 대출 안건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지만 안건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이다.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윤창빈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의 대출로 2000억원이 조달되더라도 홈플러스가 회생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홈플러스 측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매각’을 전제로 한다. 핵심 점포 중심 매장 개편, 희망퇴직 및 자연퇴사 통한 인력 감축 등으로 덩치를 줄인 뒤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이 골자다.

결국 당장 파산을 면하더라도 오는 9월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회생 절차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24년 대규모 정산금 미지급 사태로 회생을 신청한 위메프는 인가전 M&A(인수·합병)를 추진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해 결국 파산했다. 반면 티몬은 오아시스에 인수돼 지난해 8월 회생 절차를 종결했다.

한 기업 회생·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2000억원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지난 1년간 회생 절차가 공전하면서 기업가치가 더욱 떨어져 인수자 찾기가 힘들어졌다”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수익구조 개선을 병행해 인수자의 부담을 낮춰야 하는데 남은 2개월은 짧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사업부 매각, 자연 퇴사 및 희망퇴직 등으로 2만여명에 달했던 인력이 9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수정계획안을 발표하며 126개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로 재편하고 납품과 영업을 정상화 하면 8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인위적인 인력 감축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 등 공적기관 개입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마트산업노동조합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대신 유암코를 제3자 관리인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암코는 2009년 시중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 기업 구조조정 전문 회사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단 유암코가 떠안고 오랜 기간 구조조정을 거친 뒤 다시 매각하는 방안도 이론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면서도 “유암코가 단독으로 하기에는 홈플러스의 규모가 크다. 다른 SI(전략적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꾸리거나 은행권의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대형마트 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낮아 어렵다”고 했다.

실제 유암코가 인수해 정상화 시킨 STX엔진,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의 인수대금은 각각 1800억원, 2500억원 수준이었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KHI와 함께 인수했다. 최근 인수한 동성제약 역시 거래 규모가 1600억원 수준으로, 유암코는 태광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다. 홈플러스는 이들 기업보다 사업 규모가 훨씬 크고 전국 점포 운영, 상품 매입, 고용 유지, 임차료 부담 등 지속적으로 대규모 운영자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