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맡기면 임대인은 매월 수익 얻는 구조
예상 수익률·의무 예치비율 등 관건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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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 등이 혼재된 서울 강남 일대 전경. [연합]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전세임차인의 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공적기구가 보관 및 운용하는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임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등록임대사업자에 한해 선택적으로 안심신탁사업을 도입기로 했지만,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 등과 같은 민간 임대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도입한 이유는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서다. 세입자가 낸 전세보증금을 전월세안정화기구가 관리하면, 보증사고 발생 시에도 별도 대위변제 절차 없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즉시 돌려줄 수 있다. 구체적인 사업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구는 보증금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매월 임대인에게 지급한다.
관건은 ‘수익 지급’을 내걸었다 해도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느냐다. 임대인 입장에선 보증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연수익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참여하기 어렵다. 시장에선 전세 시장 안정화와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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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전세 시장은 공급보다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가 더 많아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110.2로 한달 전(107.6)보다 더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월세수급지수도 107.4에서 109.1로 상승했다. 수급지수가 100을 넘을수록 ‘공급 부족’을 뜻한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는 주택 시장 규제로 전세난이 심화한 가운데, 민간 임대인마저 안심신탁 제도로 유인할 경우 전세공급은 더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주인의 자금 흐름에 따라 전세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 상승도 가팔라질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선 자금 융통이 제한받는 데에 따른 기회비용을 월세전환 및 관리비 인상의 형태로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세사기 방지 등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세입자의 주거난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에 따라 향후 사업방식에 제시될 임대인의 상품 선택 가능 여부, 보증금 예치에 따른 월 수익률, 신탁 의무 비율과 같은 구체적인 상품 구조가 임대 시장 흐름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정부가 개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의무 비율의 차등을 주는 정도에 따라 집주인이 운용할 수 있는 전세금의 범위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보증금은 ‘무이자 차입’의 개념으로 집주인이 부족한 주택구입자금을 세입자로부터 빌리는 구조인 경우가 다수”라며 “임대인에게 100% 선택권을 주지 않을 경우 사적 재산에 대한 운용권을 정부가 침해한다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현재 전월세전환율(기준금리+2%포인트, 15일 기준 4.5%)보다 높은 수익율을 보장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증금을 맡긴다는 건 해당 금액만큼 집주인이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고수익률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면 그럴 바에는 ‘직접 월세로 받겠다’는 임대인들이 많아져 전세 제도의 붕괴를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전세금 활용이 어려운 일부 임대인에게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인에 따라 운용을 맡기고 안정적인 수익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전세 임대차 계약에 신탁을 의무할 경우 사금융에 대한 과도한 통제로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