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월드컵 경기장 오른 로봇 아틀라스, 퍼포먼스 비밀은 ‘잔디 훈련’

보스턴다이나믹스, 월드컵 퍼포먼스 비하인드 영상 공개
수만 관중·야외 환경 대비 전용 통신 채널 구축
잔디 적응 위해 축구장 빌려 걷기·달리기 훈련
리타겟팅·강화학습·전신제어로 산업 현장 활용성 검증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5일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주심에게 공을 전달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월드컵 경기장에 오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비밀은 잔디 훈련이었다. 실내 연구실의 매끄러운 바닥을 벗어나, 수만 명의 관중이 들어찬 야외 축구장에서 넘어지지 않고 걷고 뛰며 공을 전달하기 위해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실제 축구장을 빌려 아틀라스를 훈련시켰다.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5일(현지시간)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아틀라스의 ‘FIFA 월드컵 2026’ 하프타임 퍼포먼스 개발 과정을 담은 영상과 기술 블로그를 공개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월드컵 퍼포먼스를 앞두고 잔디가 깔린 축구장에서 걷기·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아틀라스는 앞서 지난 5일 월드컵 16강전 하프타임 무대에 등장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따라 하고, 경기장 안에서 공을 주심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통제된 실험실이 아닌 실제 경기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 앞에 선 장면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일부 외신은 이를 두고 “월드컵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광경”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의 핵심은 ‘어떻게 성공했느냐’다. 축구장은 로봇 입장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바닥은 완전히 평평하지 않고, 잔디는 위치마다 탄성과 마찰이 다르다. 야외 경기장은 햇빛과 온도, 통신 간섭, 주변 사람의 움직임까지 변수가 많다. 아틀라스가 단순히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이유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월드컵 퍼포먼스를 앞두고 잔디가 깔린 축구장에서 걷기·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먼저 통신 문제부터 해결했다. 수만 명의 관중이 몰린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일반적인 와이파이 기반 통신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에 별도 전용 통신 채널을 구축해 로봇과 운영팀 사이의 연결 안정성을 높였다. 강한 햇빛과 높은 기온에서도 아틀라스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어 기능도 손봤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월드컵 퍼포먼스를 앞두고 잔디가 깔린 축구장에서 걷기·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잔디였다. 아틀라스는 주로 실내 환경에서 학습과 테스트를 해왔다. 반면 축구장 잔디는 발이 걸리거나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은 조건이다. 잔디 아래 지면의 상태도 일정하지 않다. 작은 균형 손실이 곧 넘어짐으로 이어질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에게는 까다로운 무대다.

이를 위해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로봇 발과 잔디 표면이 어떻게 맞닿고 반응하는지를 모델링해 학습 과정에 반영했다. 또 실제 잔디 환경에서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지역 공원 축구장을 빌려 훈련을 진행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아틀라스가 빈 축구장 위를 걷고 뛰며 동작을 반복하는 장면이 담겼다.

골 세리머니 동작도 단순한 모션 재생이 아니었다. 사람의 동작을 로봇 신체 구조에 맞게 바꾸는 ‘리타겟팅’ 기술이 적용됐다. 사람의 팔과 다리 움직임을 그대로 옮기면 로봇의 관절 구조와 무게중심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아틀라스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동작을 다시 짜야 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월드컵 퍼포먼스를 앞두고 잔디가 깔린 축구장에서 걷기·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여기에 강화학습도 활용됐다. 수천 개의 병렬 시뮬레이션에서 로봇이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균형을 잡는 방법을 익히는 방식이다. 실제 경기장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즉각 반응하도록 반응 속도와 균형 제어 능력을 끌어올렸다. 전신의 관절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도록 하는 전신 제어 기술도 결합됐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이번 퍼포먼스를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기술 검증 과정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축구공을 전달하거나 세리머니를 구현하는 과정에는 물체를 다루고, 균형을 유지하고, 주변 환경에 맞춰 움직이는 기술이 모두 들어간다. 이는 향후 공장 안에서 부품을 옮기거나, 장비를 조작하거나,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과 맞닿아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월드컵 퍼포먼스를 앞두고 잔디가 깔린 축구장에서 걷기·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세스 데이비스 보스턴다이나믹스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는 “아틀라스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로봇이 사실상 어떤 일이든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며 “로봇의 동작들은 사람을 위해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직관적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파가 많은 경기장에서 정밀하고 안정적인 동작을 구현하는 것이 복잡한 공장 환경에서 작업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조 현장 역시 작업자, 설비, 부품, 이동 동선이 계속 변하는 공간이다. 결국 아틀라스가 월드컵 경기장에서 보여준 적응력은 향후 산업 현장 투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험대였던 셈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앞으로도 아틀라스를 단순히 인상적인 동작을 보여주는 로봇이 아닌, 실제 제조 환경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