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혐오, 극복해야 할 숙제…문제 인식은 희망적”

아비뇽서 노벨상 수상 후 첫 언론 간담회
배재고 논란 “어쩌다 이렇게 실패했나 고민”


한강 작가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심화하는 혐오를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혐오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우리에게 중요한 숙제”라며 “어떻게 하면 이 혐오의 시대에서 방향을 틀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혐오를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혐오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문제라는 데 우리가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다면 거기에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혐오의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된 배재고 야구부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고 봤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광주제일고와 경기에서 상대 팀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강 작가는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 친구들도 이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뭘 할 수 있을까’, ‘기성세대로서 어떻게 하다가 우리는 이렇게 실패를 하게 됐나’ 이런 고민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중요한 사건이 나타났을 때 충격과 놀라움 속에서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며 “만약 이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신호를 주는 것이라면,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를 잘 포착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충격이 또 다른 충격을 덮고, 그다음 충격이 이전 충격을 덮어서 이렇게 쓸려가 버리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개별 사건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회적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2024년 노벨문학상 시상식 이후 처음으로 한국 언론과 공개 간담회를 한 그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며 “그래서 좀 칩거했는데, 지금은 관심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아비뇽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올해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어를 공식 초청언어로 선정하고 한강 작가를 초청해 지난 12일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또 제주 4·3을 다룬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이탈리아 연극과 프랑스 연출가의 낭독 공연을 공식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낭독자로 참여했으며, 한강 작가도 공연 일부에 함께했다.

한강 작가는 낭독 공연에 대해 “문장이 만들어내는 감각과 감정에 더해 배우들의 목소리와 움직임, 표정까지 함께 음미할 수 있는 무대”라며 “‘작별하지 않는다’를 책으로만 읽은 분들이 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공연은 오는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