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 인플레 4.7%”…기업 부담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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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종전 MOU 체결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을 빚으면서 무력 충돌로까지 확전되고 있다. 이란 테헤란에서 친정부시위대가 아야톨라 알리 세예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추모 집회에서 반트럼프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전쟁이 기업의 경영 공식을 바꾸고 있다. 생산비를 최소화하는 ‘효율’보다 공급망이 끊기지 않는 ‘회복력’을 우선하는 기업이 늘면서 제조와 물류 비용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용 증가가 식품부터 전자제품까지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공급망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생산기지에 의존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여러 국가에 생산거점을 분산하고, 재고를 늘리며, 대체 운송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공급망 연구회사 제로100의 케빈 오마라 최고연구책임자는 “모든 기업 리더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유연성은 추가 생산능력과 재고, 대체 운송경로를 의미하지만 그만큼 비용이 든다.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에너지와 금속, 비료, 식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올해 세계 물가상승률이 4.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1%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 가운데 하나인 머스크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면서 일부 화물을 선박 대신 철도와 트럭으로 우회 운송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에서 화물을 내린 뒤 요르단과 이라크를 거쳐 쿠웨이트와 카타르, 바레인 등으로 육상 운송하는 방식이다.
빈센트 클레르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평상시라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해협이 폐쇄되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며 “컨테이너당 약 10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비용이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이나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류 비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 레누스(Rhenus)는 최근 운임이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 84%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납기 지연과 에너지 가격 상승, 전쟁 위험에 따른 보험료 인상도 기업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들의 투자 기준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컨설팅업체 프로믹사가 연매출 5억달러 이상 기업 최고경영자 5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4분의 3은 공급망 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해 10% 이상의 비용 증가도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공급 중단 위험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여러 국가에 공장을 분산하거나, 평소보다 많은 재고를 확보하는 전략이 새로운 경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운송망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 밖 항만 확장을 추진하고 있고, 이라크는 신규 송유관 건설을 검토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도 요르단과 시리아를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체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전 미국 국무부와 에너지부에서 근무한 데이비드 골드윈은 “이제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으로 비용을 줄이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안보와 회복력, 중복성에 투자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NYT는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일시적인 변수로 보지 않고 새로운 경영 환경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공급망 이중화와 재고 확대, 대체 운송망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