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멈춰 설 때 아니다”…현대로템, 노조에 “파업 대신 대화” 호소

단체교섭 결렬로 쟁의권 확보 수순
사측 “골든타임 놓치지 말고 다시 마주 앉아야”
방산 추가 수주·철도 수익성 안정 등 경영 과제 강조


김익수 현대로템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현대로템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로템 노사가 올해 단체교섭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회사 경영진이 노동조합에 대립보다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자고 호소했다. 방산 추가 수주와 철도사업 수익성 안정,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익수 현대로템 경영지원본부장 전무는 전날 임직원들에게 ‘지금은 멈춰 설 때가 아니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보냈다.

김 전무는 “회사는 최근 여러 사업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재의 성과를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방산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추가 수주를 확보해야 하고, 철도사업은 오랜 기간 이어진 적자 구조를 벗어나 안정의 기반을 마련한 만큼 그 흐름을 더욱 견고하게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과 생산 인프라 투자도 지속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회사의 경영 여건뿐 아니라 임직원의 고용 안정과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수주 기반과 수익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이러한 경영 현실을 무겁게 인식하며 올해 임금교섭에도 성실히 임해 왔다”며 “회사의 경영 여건과 임직원의 처우 개선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있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익수(오른쪽) 현대로템 경영지원본부장과 남봉희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로템 지회장이 지난 5월 19일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열린 동반성장 노사미래전략TFT 발족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 노사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실무교섭을 진행하며 지회 요구안을 두 차례 검토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9일 열린 본교섭에서 회사가 추가 실무교섭을 요청하자 지회는 사측의 일괄 제시안을 요구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이후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등 쟁의권 확보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노조 측은 매년 교섭 결렬 선언과 쟁의권 확보가 반복되는 구조를 바꾸고, 임금 교섭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무는 교섭 결렬이 노사 간 대화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장 차이가 있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성실한 협의를 거친다면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갈등을 키우는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남아 있는 쟁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 마주 앉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임직원들에게도 현재 상황을 냉정하고 균형 있게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은 대립보다 대화를 통해 노사 간 간극을 좁히고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회사는 남아 있는 사안에 대해 끝까지 성실히 협의하고 회사의 성장과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함께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로템 의왕 본사 전경


현대로템은 작년에도 임단협 과정에서 장기간 난항을 겪은 바 있다. 현대로템 노사는 약 6개월간 교섭을 이어간 끝에 지난해 12월 임금 9만원 인상, 성과금 450%+1600만원, 온누리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률 59.38%로 가까스로 가결됐다.

당시 현대로템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임금과 성과금 규모가 전년도 합의안인 임금 10만2000원 인상, 성과금 500%+1800만원보다 낮아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다. 노조가 요구해 온 입사 시점별 임금 산정 방식의 차이 개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올해 교섭마저 조기에 결렬되면서 노사 간 해묵은 쟁점이 다시 장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로템의 교섭 난항은 현대차그룹 전반으로 번진 노사 갈등의 한 축이다. 현대차 노조가 부분파업에 나선 데 이어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 노조도 임금·성과급과 고용안정을 둘러싸고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