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칩으론 AI 감당 안 돼”…자존심 구긴 애플, 결국 반도체 기업 인수 추진

애플이 인공지능(AI) 서버용 칩의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기업 인수를 검토중이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애플이 인공지능(AI) 서버용 칩의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최근 일부 반도체 스타트업에 매각 의향을 타진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투자은행과도 인수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현재 내부 AI 서버를 자체 개발한 ‘M2 울트라’ 칩으로 구동하고 있으나, 성능이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게 외부의 관측이다. 애플은 올해 ‘발트라’라는 코드명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서버 칩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자체 개발 칩이 기대에 못 미치다보니, 현재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은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엔비디아 칩을 활용하고 있다.

애플은 기존에도 AI 부문에서 다른 거대 기술기업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달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는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와 통합된 형태의 음성비서 ‘시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구글 등 외부 기업과의 제한적인 제휴로 성능을 끌어올리고는 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자체 AI 칩만으로는 제미나이처럼 거대한 모델을 온전히 구동하기 어려워 구글 클라우드의 연산 인프라를 빌린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다.

결국 애플이 새 기업 인수를 통해 자체 칩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그 동안 대규모의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기조에 다소 변화가 보인다. 올해 초 이스라엘 스타트업 ‘Q.ai’를 20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케반 파레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현금 보유액과 부채를 균형 있게 유지해온 ‘순현금 중립’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힌 것도 M&A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M&A 전략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은 최고경영진의 변화와 맞물린 것이기도 하다. 올 가을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후임인 존 터너스가 바통을 이어받는 시기다. 존 터너스는 하드웨어 전문가로, 애플의 AI 대응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서 애플이 AI 대응을 위해 ‘M 시리즈’ 자체 칩 개발 일정도 전면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M1부터 M5까지 매 세대 칩을 기본·프로·맥스로 나눠 출시해왔다. 그러나 후속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 M6는 기본형만 내놓고 고사양 모델인 프로와 맥스는 건너뛰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신 AI 연산에 특화한 M7 프로·맥스와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M7 울트라 칩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M7 울트라를 기반으로 한 AI 서버 칩의 출시는 오는 2029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최근 반도체 설계 기업 브로드컴과과의 협력 관계도 오는 2031년까지로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