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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캐나다 아이스하키 대표팀, 유럽 축구 유소년 아카데미, 심지어 체스 챔피언까지 최고 자리에 오른 선수들을 모아 놓으면 묘한 공통점이 보인다. 유독 연초에 태어난 사람이 많다.
이유는 어린 선수를 나이로 묶어 경쟁시키기 때문이다. 같은 또래라도 1월생은 12월생보다 거의 1년을 더 자란 몸으로 뛴다. 더 크고 빠른 아이가 ‘재능 있다’며 먼저 뽑히고 더 좋은 코치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는다.
스포츠 과학에서 40년 넘게 확인돼 온 ‘상대연령효과(RA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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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생명 제공] |
그렇다면 몸이 아니라 손끝과 머리로 겨루는 e스포츠에서도 생일이 성공을 가를까. 프로게이머 1만5000여명을 분석한 결과는 아니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심리학(Frontiers in Psychology) 2026년 7월호에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지문 교수는 글로벌 e스포츠 상금 데이터베이스인 ‘e스포츠 어닝스(Esports Earnings)’에 등록된 177개국, 609개 종목의 프로 선수 1만5065명의 생년월일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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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e스포츠 선수 월별 출생 분포. 파란색 막대는 출생 수를 나타낸다. 주황색 선은 미국과 한국의 월평균 출생 비율을 기반으로 한 예상 출생 수를 나타낸다.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심리학(Frontiers in Psychology) 2026년 7월호] |
결론부터 보면 e스포츠에는 상대연령효과가 없었다. 어느 분기에 태어났든 프로가 되는 비율은 고르게 나뉘었다.
처음 숫자만 보면 오히려 거꾸로처럼 보였다. 연초 출생이 가장 적고 여름·가을 출생이 많았다. 다만 사람은 원래 여름에 더 많이 태어난다. 북반구 출생은 7~9월에 몰린다. 실제 월별 출생 비율을 잣대로 다시 계산하자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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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나라별 학년 기준일까지 대조해 한 번 더 확인했다. 기준일은 한국이 1월, 미국·중국이 9월, 일본이 4월로 제각각이다. 상대연령효과가 진짜라면 같은 생일도 나라에 따라 성적이 갈려야 한다.
그러나 기준일과 성적 사이 연관성은 사실상 0이었다. 한국 선수 1216명은 잣대를 3월에서 1월로 바꾸기만 해도 ‘유리한 생일’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상대연령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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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 분기별 선수 생명 곡선.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모든 곡선이 대부분 겹쳐있는 모습이다.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심리학(Frontiers in Psychology) 2026년 7월호] |
프로가 된 뒤도 생일에 따라 선수 생명이 길거나 더 많이 버는 일은 없었다.
연초 출생과 연말 출생의 선수 수명 곡선은 거의 포개졌다. 조건이 비슷한 선수끼리 짝지어 상금을 비교해도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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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경력을 가른 것은 생일이 아니라 데뷔 나이였다. 데뷔가 한 살 늦어질수록 통산 상금은 약 18% 줄었고, 은퇴 위험은 10% 가까이 높아졌다.
늦게 태어난 선수는 평균 두 달가량 더 일찍 데뷔했고 그 덕에 상금이 아주 조금 많았다.
e스포츠에서 상대연령효과가 통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반적으로 게임 실력은 반응속도와 판단력으로 갈린다. 몇 개월 더 자란 몸은 소용이 없다. 나이로 묶어 걸러내는 유소년 선발 구조도 없다. 온라인 게임 순위에서 실력만으로 프로에 데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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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포츠 구단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단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윤창빈 기자 |
다만 2006년 이후 태어난 가장 어린 세대에서만큼은 전통 스포츠와 똑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연초 출생 선수가 연말 출생 선수보다 약 1.9배 많았다.
이 세대의 평균 데뷔 나이는 15.7세로 e스포츠가 유소년 아카데미와 연령 제한 리그를 갖추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전통 스포츠가 지난 40년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생일연령효과’를 e스포츠가 프로화·체계화 과정을 겪으며 그대로 답습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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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논문에서 이런 위험을 ‘제도화의 역설’이라 불렀다. 열린 온라인 경쟁이 주던 공정한 기회가 공식 유소년 시스템과 아카데미의 확장으로 좁아지면 전통 스포츠가 문제로 꼽아온 상대연령효과가 e스포츠에도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이 패턴이 굳어지기 전에 선제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생일에 따른 발달 차이를 선발 과정에서 고려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재능 있는 10대 유망주가 일찍 밀려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강 교수는 이 세대 표본이 449명으로 아직 적고, 데이터에 생일이 공개된 선수가 전체의 10%에 그친다는 점을 한계로 밝혔다.
DOI : 10.3389/fpsyg.2026.1829930
논문 정보 : Kang J (2026) No relative age effect in professional esports: a cross-national test of selection mechanisms. Front. Psychol. 17:1829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