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생은 안되고, 인문계만 됩니다”…창립 첫 인문계 채용 나선 ‘이 대기업’

[효성그룹]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효성그룹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인문계열 전공자만을 대상으로 한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나서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공계 중심 채용이 일반적인 재계에서 문과 전공자만 지원할 수 있는 채용은 이례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지난 1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인문대학 및 문과대학 학사·석사 학위 취득자 또는 올해 8월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지원서를 받고 있다.

지원 대상은 사학·철학·미학 등 인문학 계열과 국어국문학·영어영문학 등 어학 계열 전공자로 한정된다.

효성그룹이 인문계열 전공자만을 위한 별도 채용을 실시하는 것은 1966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재계에서도 특정 인문계 전공자를 대상으로 공개채용을 진행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회사 측은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인문학적 사고와 외국어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채용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사업장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지원자는 우대하며, 채용 이후 담당하게 될 직무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 채용은 평소 인문학과 외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세대엔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있다”며 “변화를 읽어내는 힘, 롤러코스터 타는 타이밍을 읽어내는 힘은 인문학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조 회장은 영어와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평소에도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어학 능력 향상을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효성그룹은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이번 채용은 인문적 소양과 어학 능력, 글로벌 사업장에서 근무하려는 열정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들이 생성형 AI 확산으로 기술 인재 확보에 집중하는 가운데, 효성은 오히려 인문학적 사고력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요소로 떠오르면서 이 같은 채용 방식이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