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보조금 예금토큰 지급…은행권 ‘디지털 국고금’ 경쟁 개막 [크립토360]

24일 사업자 발표 맞춰 시스템 개방
NH농협 등 5개 은행 우선 참여 예정
공공재정 집행에 적용 세계 최초 사례
‘블록체인 이코노미’ 구축에도 탄력


[챗GPT를 이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경예은·유혜림 기자] 정부가 이달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사업을 시작으로 디지털화폐(CBDC) 실증에 나서면서 디지털 국고금 시대의 포문이 열린다. 오는 24일 예금토큰 시스템이 개통되면 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에선 이번 사업이 향후 디지털 국고금과 정부 바우처 지급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초기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첫 포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디지털 금고시대’ 인프라 구축=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관용 디지털화폐(CBDC) 인프라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시범사업이 오는 24일 한국환경공단의 사업자 발표를 기점으로 본격화한다. 주차장과 대형마트 등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는 사업자에게 한은 디지털화폐 기반 예금토큰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 예산은 300억원이며 참여 대상은 중속 충전기를 제조하거나 이를 현장에 설치하는 사업자들로 규모는 최종 선정사 규모는 약 60개가 될 예정이다.

예금토큰을 국고보조금 등 공공재정 집행에 적용하는 사례는 세계 최초다. 예금토큰은 시중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지급수단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대해 “국고 보조금을 프로그래머블한 플랫폼에 들이는 구조”라며 “전기차 충전 시설 보조금 사업은 2단계 한강프로젝트에서의 디지털 화폐 실증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4일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사업 대상자가 선정되면 참여 사업자들은 예금토큰 지갑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준비 절차에 들어간다. 다만 지갑 개설과 행정 절차, 예금토큰 사용 교육 등이 필요한 만큼 실제 예금토큰을 활용한 거래는 시스템 개방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가능할 전망이다. 공단의 사업자 발표 일정에 따라 사업 개시 시점도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업은 한국환경공단의 주거래은행인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NH농협은행이 보조금에 해당하는 예금토큰 기반 바우처를 발행·지급하고 다른 은행들은 거래 기업이 받은 예금토큰을 이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는 구조다. 바우처를 받은 기업은 거래 관계에 따라 예금토큰의 오프램프(현금 전환)를 담당할 은행을 선택할 수 있다.

예금토큰 유통과 환전에는 NH농협은행을 포함해 KB국민·하나·IBK기업·부산은행 등 5개 은행이 사업 초기부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은행들은 최근 한은과 통합 테스트를 마치고 사업자 지갑 개설과 예금토큰 환전 등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이후 신한·우리·경남·iM뱅크 등 4개사는 시스템 구축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이번 사업이 은행권의 디지털 국고금 시장 선점 경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향후 디지털 국고금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이번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 대상 업체 수는 제한적이지만 향후 예금토큰 적용 대상이 다른 국고보조사업으로 확대되면 관련 지갑과 환전 인프라의 활용도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은행권은 예금토큰 기반 공공 지급결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2030년까지 국고금 집행의 4분의 1을 디지털화폐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바우처가 연간 110조원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비즈니스 기회가 있거나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정부 보조금이 연 디지털 결제 시대=이번 사업은 정부 보조금이 ‘사용처가 정해진 디지털 돈’으로 지급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조금이 예금토큰으로 지급되면 집행부터 최종 결제까지 전 과정이 블록체인에 실시간으로 기록돼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이번 사업자들에게 지급되는 예금토큰 역시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는 일반적인 디지털화폐가 아닌 사용처가 제한된 바우처 형태로 설계됐다. 보조금을 받은 사업자는 정부가 허용한 충전기 제조·설치업체나 전기요금 납부 등 지정된 용도에만 예금토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조금을 받은 충전시설 사업자가 충전기를 구매할 경우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받은 제조업체에서만 예금토큰을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저가·저품질 충전기를 설치한 뒤 보조금을 받거나 지급받은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부정수급 사례를 차단하고 정산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이코노미’ 구축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향후 국채 토큰화 실증에서도 기관용 CBDC나 예금토큰이 결제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큰화된 국채가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려면 증권 이전과 대금 지급을 함께 처리할 디지털 결제수단이 필요하다. 전날 정부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생태계 혁신 성장을 위해 대형 실증사업과 선도기술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