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인뱅 공동대출 내년 본격 가동
‘대면 업무 제한’ 빗장 풀려 기업금융 청신호
인뱅만의 혁신적 신용평가 안착이 관건
![]() |
| 인터넷은행은 내년 중 지방은행과 중소기업 공동대출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전망이다. 사진은 제조 중소기업이 밀집한 안산 반월공단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정호원·서상혁 기자] 내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 기업대출’이 도입되고, 인터넷은행에 제한됐던 기업대출 대면심사가 일부 허용되면서 인터넷은행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아가 기업대출 확대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지방금융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기업 공동대출은 인터넷은행 앱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면, 두 은행이 심사와 자금 공급을 나누어 맡는 구조다. 인터넷은행이 비대면 채널 운영과 자동 심사를 담당하고, 지방은행은 대표자 면담과 현장실사 등 정성 심사를 맡는다. 대출 자금은 두 은행이 절반(50 대 50)씩 분담한다.
이 모델은 양측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윈윈(win-win)’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로 평가받는다. 공동대출이 활성화되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 조달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고객은 지점을 방문할 필요 없이 인터넷은행 앱에서 대출 신청부터 원리금 납부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두 은행이 리스크를 분담하기 때문에, 지방은행 단독으로는 대출이 어려웠던 고객까지 수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조달 비용이 적은 인터넷은행의 자금이 섞이면서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정부 역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전북 전주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열린 ‘제6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 겸 지역금융 간담회’에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어야 한다”며 “내년 중 지방은행-인터넷은행 공동대출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공동대출 상품이 기존 지방은행의 단독 상품보다 최소 0.3%포인트(p) 이상 낮은 금리로 제공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터넷은행이 지방은행과 공동 가계대출을 선보인 결과 단독 대출보다 평균 2.1~2.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기업대출에도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인터넷은행 중 가장 먼저 공동 기업대출을 선보이는 곳은 카카오뱅크와 부산은행이다. 지난 4월 업무협약을 맺은 두 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공동대출은 전산 개발과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중 정식 상품으로 출시된다.
이번 협업은 지방은행의 오랜 기업대출 노하우를 인터넷은행에 이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BNK부산은행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여신잔액 62조원 중 절반 이상인 35조원이 중소기업 대출일 만큼 기업금융 분야의 노하우가 풍부하다. 실제로 시중은행 및 타 지방은행의 전체 여신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부산은행(56%), 하나은행(45%), 신한은행(44%), 국민은행(40%), 우리은행·전북은행(37%) 순으로, 부산은행의 기업금융 집중도가 독보적으로 높다.
지역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의 금융 접근성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이달 1일 국세청 사업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의 개인사업자는 약 60만 명으로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 다만 이 서비스가 부산 지역 고객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앱을 통해 신규 고객을 모집하는 만큼, 향후 서비스 대상 지역을 부산에 한정하지 않고 전국으로 확장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은행의 대면 업무가 일부 허용되면서 기업금융 영역에서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대면 원칙은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해 법령상 열거된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 후 대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금융위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예외 사항에는 ▷청년미래적금 출시에 따른 특별중도해지 업무 처리 ▷채무조정 지원 ▷지방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지방은행 공동대출 확대 등이 포함된다. 특히 기업대출 심사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꼽힌다. 인터넷은행 업계는 대면 업무 허용으로 서류 확인 등 절차상의 애로사항이 유연하게 해소되면서 전체적인 소비자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중소기업 대출로 영역을 확장할 때에도 지방은행과 단순 협력을 넘어 자체적인 기술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대출은 재무제표상의 검토뿐만 아니라 기술금융 측면의 실사도 매우 중요한데, 현재 인터넷은행에는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해 지방은행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은행들은 대기업 중심의 안정적인 대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터넷은행은 대출 영역에서도 자신들의 강점인 기술력을 활용해 신용점수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