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불확실성 높아 투자 검토 기피
바이아웃 대신 ‘소수지분 투자’로 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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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가 최근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로 자리잡은 가운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일각에서는 치솟은 몸값과 향후 피크아웃(고점 통과) 가능성을 경계하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일부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경영권 인수(바이아웃)에는 보다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에서 대기업이나 PEF 운용사 등의 AI·반도체 관련 기업 매물 탐색은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자금이 모일 뿐만 아니라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AI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앞으로도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업황 낙관론으로 인해 시장이 철저한 ‘매도자 우위’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매각 측이 부르는 몸값이 크게 뛰다 보니 원활한 인수·합병(M&A) 계약 성사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분위기다.
PEF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기대하는 가격과 인수 측이 원하는 가격 간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며 “인수 측 입장에서는 단기 고점일 가능성도 따져봐야 해 가격 조율에 신중을 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여기에 회수 불확실성도 PEF가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통상 PEF는 펀드 만기를 고려해 4~5년 내 기업가치를 높여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현재 시점에서 높은 몸값을 다 치러주고 들어갔다가 수년 뒤 되팔아야 하는 시점에 산업 사이클이 꺾이거나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최고가에 지분을 인수했다가 후속 투자자를 찾지 못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이클에서 실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매각 시점의 업황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매각 측이 요구하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는 운용사들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반도체 섹터 내 오버밸류(가치 과대평가) 현상이 심각하다 보는 하우스들 중에는 투자제안서(IM)에 ‘AI·반도체 관련 기업’이라고 적혀 있으면 일단 투자 검토를 지양하거나 피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유망 AI 기업들의 체급이 PEF가 진입하기에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지적도 신중론을 뒷받침한다. 현재 시장에 나온 관련 기업들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을지라도 아직 명확한 매출이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이지 못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자금의 안정성과 엑시트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 PEF보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 영역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아웃이나 그로쓰(성장 자본) 투자를 지향하는 PEF 업계 입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덩치가 포트폴리오에 담기에 작거나 사업적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EF의 AI·반도체 섹터 투자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나 시리즈 단계의 ‘소수지분 투자’로 우회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분 일부만 책임지며 성장성만 선별적으로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국내 주요 AI 반도체 개발·설계(팹리스) 및 의료 AI 기업 등이 주로 이 같은 소수지분 형태로 PEF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초 IMM인베스트먼트, 노앤파트너스 등이 리벨리온에 대한 프리IPO 투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퓨리오사AI(케이스톤파트너스·200억원)와 모빌린트(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700억원) 등도 시리즈 단계의 지분 투자 형태로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아울러 시장 한편에서 제기되는 AI·반도체 버블론과 피크아웃 우려 또한 신중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최근에는 실질적인 부가가치와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결국 향후 자본시장에서 AI·반도체 섹터를 향한 사모펀드의 행보는 무리한 베팅보다 가격 조정 여부를 지켜보며 옥석을 가려내는 선별적 접근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안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