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이주비대출·용적률 풀고, 세금 합리화해야”

‘서울부동산 정상화’ 8대 건의 발표
“과세표준 재설정, 민간임대 활성화”
현장에선 “정비사업 규제 풀어달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제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현행 유지 등을 14일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제 중심’이라고 비판한 오 시장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병목을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달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분출됐다.

1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3개 분야 8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오 시장은 “서울 주택시장은 매매, 전월세가 한번에 오르는 트리플 상승에 직면했다”며 “수요억제 정책이 만든 부작용인만큼 이제는 공급 확대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같은 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달하려 했으나,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서울시는 민간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이주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상향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 ▷민간정비사업 법적상한 용적률 1.2배 완화를 제시했다. 오 시장은 “최근 3년간 주택공급의 90%를 민간이 담당해왔고, 이미 472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2031년까지 착공 가능 31만 가구 중 정비사업을 통해 순증되는 물량은 8만5000호로, 정부 목표(6만호)보다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민간임대를 활성화하고, 세제를 합리화해야한다고 봤다.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으로는 ▷매입형 임대사업자 LTV 완화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적용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이달 발표될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서는 장특공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하는 등 세 부담을 무리하게 높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도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이 넘지만, 과세표준은 2009년에 마련된 기준 그대로”라며 “장특공제까지 축소하면 사정상 다른 곳에 거주하며 전월세를 공급하는 1주택자의 부담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금융위원회·재정경제부가 오는 16일까지 진행 중인 토론회에 서울시가 참여하는 것은 물론,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도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차원에서 별도 토론회를 여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늘 행정적으로 정비사업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는데, 오히려 국토부와 금융위의 협조가 미비해 사업이 늦어졌다”며 “추가 자료를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이 정부에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요구한 가운데 같은 시간 국토부가 주관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에서도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현석 서울 구로구 가리봉1구역 조합장은 “정부나 서울시가 사들이는 임대주택 원가는 1억5000만원~2억원인데, 실제 원가는 8억원 수준”이라며 “구로구는 분양가도 비싸게 할 수 없으니 용적률을 올려줘도 임대주택을 주면 손해가 되는 구조”라고 호소했다.

도심복합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신길2지구의 김명희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이주비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기존 거주자가 이주하려면 임시로 이사갈 집의 전세금을 마련하고,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도 반환해야 하는 이들이 많기에 이주비 대출은 꼭 필요하다”며 “현장에선 실제로 이주비 대출을 해주겠다는 금융기관이 없어 많은 사업장이 지연될 위기”라고 전했다.

이정식 서울시 공동주택과장 또한 “현장에서는 이주비 대출 규제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힌다”며 “지난해 투기과열지구가 확대 지정되면서 조합원 지위양도까지 제한돼 거래가 사실상 멈춘 곳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및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시 주택에서 노후 비중이 49.8% 정도 된다”며 “2017년 569만원으로 측정됐던 신반포22차는 2023년 평당 1300만원에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는 등 두 배 이상으로 올랐는데, 사업성을 어떻게 개선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재초환은 재건축에 있어서, 임대주택공급비율은 재개발에 있어서 아킬레스건”이라며 “적당한 개발이익의 환수는 중요하지만 사업성의 저해요인까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적정선을 맞출 수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은·김희량·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