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함 20여척·군용기 수백대 동원
트럼프 “이란 핵시설 ‘곡괭이산’ 주시”
이란 “최종 승리까지 계속 공격할것”
후티 앞세워 홍해 차단 ‘2전선’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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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이라크와 시리아를 잇는 송유관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라크-시리아 송유관을 사용하면 지중해를 통해 중동 지역 원유를 수출할 수 있어,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AFP] |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나흘째 공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예정대로 해상봉쇄를 개시했다. 이란 역시 미국의 해상 재봉쇄와 공습에 맞서 “최종 승리까지 계속 공격할 것”이라며 보복에 나섰다. 특히 또 다른 전략적 요충지인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양국간 갈등이 ‘제2전선’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미 동부시간으로 14일 오후 4시(한국 기준 15일 오전 5시)부터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봉쇄를 해제한 이후 26일 만이다. 이는 이란산 원유 수출과 해상 물류를 겨냥한 것으로, 이란의 주요 외화 수입원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해상 봉쇄 개시를 한 시간 앞두고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도 감행했다. 호르무즈해협 인근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의 시리크와 반다르아바스, 헹감섬에서 잇따라 폭발이 발생했고,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는 방공망이 가동됐다. 공습과 해상봉쇄 조치를 병행함으로써 이란의 군사 활동뿐 아니라 재정 기반까지 동시에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중부사령부는 “현재 중동 전역에서 20척 이상의 미 해군 전함과 수백대의 군용기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미군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란을 상대로 나흘째 이어진 공습과 관련해 “내가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을 아주 강하게 공격하고 있다. 그들은 두들겨 맞아야 한다”며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모두 무너뜨리고 교량도 모두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급소’로 꼽히는 원유 수출 기지 하르그섬에 지상군을 투입해 점령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걸 말할 수는 없다. 어리석은 일이 될 테니까”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여지를 남겼다. 이어 “언젠가는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문제(점령)에 관한 한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우리가 그들을 충분히 약화하고 밀어낸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추가 공습이 검토되는 대상으로 이란 내 지하 핵시설이 구축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곡괭이 산’(Pickaxe Mountain)을 재차 거론했다.
그는 “곡괭이 산의 모든 곳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지난해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타격했던 ‘벙커버스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우리는 이란의 곡괭이 산을 제거할 것이다. 이란인들에게 준비하라고 전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마지막으로 대화한 게 언제냐는 질문에 “(미국) 대표자들이 사실 (인터뷰) 약 한 시간 전에도 (이란 대표단과) 대화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미국 대표단을 통해 이란에 “합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남지 않게 초토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 “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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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이 14일 오후 4시(미 동부 표준시 기준)부터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 중동 전역에서 20척 이상의 해군 전함과 수백대의 군용기가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들을 통제하는 작전을 수행 중이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 |
이란 역시 미국의 대대적인 공습에 중동 내 미군기지를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맞대응했다.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혁명수비대는 이날 바레인 셰이크 이사 기지 내 무기고와 미군의 함정 및 항공기 부품 보관 시설을,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기지에 있는 미군 MQ-9 드론 발사대를 타격해 드론 여러 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혁명수비대는 “역내에 미국의 악행이 존재하는 한 단 한 방울의 원유와 가스도 외부로 수출되지 못할 것”이라며 한 중동 지역의 원유 및 가스 수출을 전면 통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전면적 통제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 “이에 따라 우리는 오만에 선박 통항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과 세계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예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경우 예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후티 정치조직인 안사룰라 정치국 소속 모하메드 알파라도 미국이 사우디를 부추겨 예멘을 공격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은 공동 작전 차원에서 모두 봉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지렛대라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마지막으로 남은 핵심 압박 카드라고 평가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중동 전문가 파와즈 게르게스는 로이터통신에 “이란은 끝까지 갈 의지가 있다”며 “미국에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두 해협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이제 가까운 곳과 먼 곳 모두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메시지는 호르무즈뿐 아니라 바브엘만데브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쟁이 홍해까지 확대되면 글로벌 교역과 에너지 공급망이 받는 충격도 커질 수 있다. 이는 미국과 이란 모두에게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중동평화협상 대표 데니스 로스는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이 다시 협상에 나설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응하도록 어떻게 전략적 판단을 바꿀지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후티는 이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세계 교역을 마비시킨 전례가 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후티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을 겨냥해 홍해 상선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세계 주요 해운사들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선박을 우회시켰고, 운송비가 급등했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안드레아스 크리그 교수는 이번 후티의 위협을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이란이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핵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이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란의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확대할 경우, 이란은 예멘 후티를 동원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함으로써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철·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