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예탁금 상향·리밸런싱 분산 검토
증권업계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기본예탁금을 높이고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는 등 첫 자율규제에 나섰다. 다만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이 하루 18조원을 넘어서고, 일부 상품은 이달 들어 수익률이 절반 이상 급락하는 등 과열 양상이 이어지고 있어 자율규제만으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전날 황성엽 회장 주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10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긴급 소집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금융당국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각각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안정 방안 마련을 요청한 이후 나온 첫 업계 차원의 대응이다.
회의에서는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기본예탁금 상향이 핵심적으로 논의됐다.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1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이 필요한데, 투자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키로 했다. 투자자 대상 사전교육을 강화하고, 연령과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한 맞춤형 위험 안내도 확대하기로 했다.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도 추진한다. 장 마감 직전 집중되는 리밸런싱 거래가 기초자산 가격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을 반영해 유동성공급자(LP)의 시장 안정 기능을 강화하고 거래 시점을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증권업계가 자율규제에 나선 것은 갈수록 과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14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18조27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ETF 거래대금(46조8625억원)의 약 39%에 달한다.
투자자 손실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평균 수익률은 -42.1%,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평균 -53.5%를 기록했다.
금융당국도 보완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언론 공지를 통해 “레버리지 ETF 관련 사항은 F4(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서 살펴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 보완의 방향을 놓고는 고민이 적지 않다. 규제 보완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규제가 과도해질 경우 투자 수요가 해외 유사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일종목 ETF는 구조적으로 리밸런싱 거래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지만 최근 시장 변동성은 거시환경과 글로벌 반도체주 변동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향후 AUM 증가 추이와 변동성 국면에서 리밸런싱 거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하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