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 추진단 건의
플랫폼·특고·도급제 적용 등 재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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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에서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시급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인상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뿐 아니라 주휴수당과 실업급여, 산재보험 급여, 국가보상금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27개 법령·43개 제도의 기준을 함께 끌어올린다.
동시에 최저임금위원회는 플랫폼·특수고용·도급제 노동자 적용 여부 등을 재검토하기 위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추진단’ 설치를 정부에 공식 권고하면서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4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최저임금 결정체계도 전면 개편 논의에 들어가게 됐다.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 1만320원보다 380원(3.7%) 오른 시급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월 환산액(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은 223만6300원이다. 인상률은 2023년(5.0%) 이후 처음으로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최저임금은 단순한 ‘최저 시급’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최저임금을 활용하는 법령은 모두 27개이며, 이에 연동되는 급여와 수당, 보상금, 정부 지원사업은 43개에 달한다. 임금 하한선을 정하는 기능을 넘어 사회보험과 복지, 국가보상, 재정지출의 기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주휴수당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15시간 이상 일하고 소정근로일을 모두 채운 근로자는 유급휴일인 주휴수당을 받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주휴수당도 같은 비율로 인상된다.
실직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구직급여도 최저임금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구직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를 기준으로 산정되며,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일부 상·하한액을 계산할 때도 최저임금이 활용된다. 지역고용촉진지원금과 고용촉진장려금 등 정부 지원사업의 지급 기준도 마찬가지다.
산재보험 분야에서는 휴업급여와 상병보상연금, 직업훈련수당 등의 산정 기준이 바뀐다. 저임금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 예방접종 피해보상금과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금, 특정범죄 신고자 구조금, 형사보상금 등 국가가 지급하는 각종 보상금 역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사회보장기본법도 사회보장급여 수준을 결정할 때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는 인상률 못지않게 40년 가까이 이어진 최저임금 제도개편 필요성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익위원들은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해 현행 제도의 적용 대상과 결정 기준, 심의체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그 결과를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제도개선 논의의 출발점은 급변한 노동시장이다. 플랫폼 노동과 특수고용, 프리랜서 등 새로운 고용 형태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현행 최저임금법은 전통적인 근로계약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변화한 노동시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국제 기준 마련에 착수한 데 이어 서울고등법원이 배달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항소심 판결을 내놓은 것도 제도 개선 논의에 힘을 실었다.
실제 올해 심의에서도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 개선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동계는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과 사용자 지불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현행 최저임금법 체계 안에서는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관련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다만 제도 개선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적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13차례 수정안을 거쳐 최종안 격차를 30원까지 좁히고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사용자 지불능력의 결정 기준 반영, 업종별 구분 적용 확대, 도급제 최저임금 산정 방식, 심의촉진구간 산정 기준과 최저임금 결정 절차 개선 등 그동안 노사가 반복적으로 충돌해 온 핵심 쟁점이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포괄적으로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