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뚝’ 갈라지고 물이 콸콸 솟구쳐”…폭우에 드러난 도로 밑 위험 [세상&]

전국 여름철 지반침하 발생 568건 ‘최다’
전문가 “작은 균열도 땅꺼짐 전조 가능성”


10일 오후 2시20분께 땅 갈라짐 문제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한 주택가. 인근 주민에 따르면 솟아오른 아스팔트 틈 사이로도 물이 뿜어져 나왔다고 한다. 이준영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이준영 수습기자] 지난 10일 찾은 서울 구로구의 한 주택가 경사 골목. 바닥에 펼쳐진 초록색 덮개 아래에는 도로 균열이 발생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덮개 주변에는 승용차 타이어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아스팔트 가장자리는 지면에서 들린 채 솟아 있었다. 주민들은 사고 당시 갈라진 틈 사이로 흙탕물이 계속 뿜어져 나왔고 물이 경사길을 따라 흘러 골목 곳곳에 고였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골목이다. 균열 지점 아래로 약 40m 동안 경사진 도로가 이어지고 양옆에는 6개 주거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일부는 도로보다 낮은 반지하 세대로 물이 흘러내릴 경우 침수 피해도 우려되는 구조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은 불안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인근 주민 한모 씨는 “화요일에 외출하려고 나왔는데 틈 사이로 물이 부글거리며 솟아오르고 있었다”며 “악취가 심해 집 안에서도 냄새가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주민 방모(67) 씨는 “처음에는 조금씩 나오다가 하루 만에 콸콸콸 쏟아졌다”며 “한 곳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물이 솟아 사흘 동안 물을 피해 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공사를 했다”며 “이번에도 문제가 생긴 한 곳만 막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주변을 전반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로구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노후 배수관 파손으로 보고 있다. 집수정에 고인 물을 외부로 보내는 배수관이 파손되면서 물이 도로 아래로 새어 나왔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압력으로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일부가 솟아올랐다는 설명이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장마가 도로 파손의 직접적인 원인이거나 지반 자체가 약한 것은 아니다”라며 “설치된 지 15년 이상 된 노후 관로가 펌프로 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충격과 압력을 받아 일부 파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땅 꺼짐이나 지반 침하로 보기는 어렵다”며 “장마가 끝난 뒤 도로를 재포장하고, 예산을 확보해 내년 중 관로 전체를 개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일 오후 1시40분께 땅 갈라짐 문제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한 주택가. 파손된 도로 위에 초록색 덮개가 설치돼있다. 덮개 주변 포장된 도로는 지난해 땅 갈라짐 사고 이후 복구된 곳이다. 이준영 수습기자


장마 본격화에 지반 안전 ‘비상’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도로 균열이나 누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이 장마철 지반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하에서 흙이 함께 유실되면 공간이 생겨 추가 지반 침하를 거쳐 대형 땅꺼짐(싱크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싱크홀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4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는 도로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차량이 빠져 운전자 등이 다쳤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숨지고 차량 운전자 1명이 다쳤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시기다. 기상청은 최근 전국이 본격적인 장마 영향권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미 약해진 지반에서는 집중호우로 토사 유실이 가속화되면서 추가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중부지방과 전라권을 중심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에는 폭우가 이어지기도 했다. 15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강원 내륙·산지, 대전·세종·충남, 충북 5∼20㎜, 전북 5∼40㎜,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 제주도 5∼10㎜, 대구·경북 5∼30㎜이며 강원 동해안은 5㎜ 미만이다.

실제 지반침하는 여름철에 집중된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5년) 기준 전국 계절별 지반침하 발생 건수는 여름철(6~8월)이 56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봄철은 253건, 가을철은 132건, 겨울철은 93건 순이었다.

전국 계절별 지반 침하 발생 현황 (2020~2025년)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 6월 한 달간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 지반침하를 예방하기 위해 굴착공사장 32개소를 대상으로 우기 대비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앞서 시는 올해 3월부터 10m 이상 굴착공사장 140개소에 대한 합동 안전점검도 추진한 바 있다.

박 원장은 “도로 한쪽이 내려앉고 반대쪽이 솟아올랐다면 지하의 흙이 집수정 쪽으로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배관에서 물이 샌 것만으로는 현재 나타난 현상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장마철에는 물이 많이 들어오면 물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흙도 함께 흘러간다”며 “흙탕물이 나온다는 것은 토사가 섞여 유실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토사 유실이 계속되면 추가적인 지반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더 큰 규모의 땅꺼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