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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영화 ‘영웅본색’, ‘동방불패’, ‘무간도’ 등을 제작하며 199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끈 프로듀서 시남생(施南生·중국명 스난성)이 별세했다. 향년 75세.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남생은 지난 13일 오후 8시 51분께 홍콩 새너토리엄 병원에서 세균 감염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전 남편이자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쉬커(徐克·서극)는 시남생이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쉬커는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용감하게 버텼다”라면서 “그동안 모두가 보내준 보살핌과 축복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함께 설립한 영화사 필름워크숍은 시남생이 2022년부터 면역체계 관련 합병증으로 건강이 악화했으며, 최근 수개월 동안 반복적인 감염을 겪었다고 밝혔다.
시남생은 제작과 배급을 통해 ‘천녀유혼’ 시리즈, ‘황비홍’ 시리즈, ‘무간도’ 등 홍콩 영화의 대표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특히 쉬커 감독과 함께 필름워크숍을 설립한 뒤 ‘영웅본색’, ‘동방불패’ 등 홍콩 영화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성공시키며 산업 전반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중화권 영화계와 문화계에서는 잇따라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홍콩 액션 스타 성룡(成龍·중국명 청룽)은 웨이보를 통해 “(영화계가)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인물을 잃었다”라면서 “사람들은 고전이 된 작품들 뒤에 있던 그의 용기와 강인한 성품을 언제나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1951년 홍콩에서 태어난 시남생은 영국 노스런던 폴리테크닉에서 통계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1970년대 홍콩으로 돌아온 뒤 방송업계에서 활동했으며, 1981년 영화사 시네마시티 총괄이사로 합류하면서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이후 행정과 기획, 배급을 총괄하며 역량을 쌓았고, 1984년 쉬커와 함께 필름워크숍을 설립해 홍콩 영화의 해외 진출을 이끌었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홍콩 영화계의 대모’라는 별칭을 얻었다.
시남생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Officier)를 받았으며,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는 독립제작자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업적을 인정받았다.
쉬커와는 1996년 결혼해 18년간 부부로 지냈으며, 2014년 이혼한 뒤에도 영화 작업에서는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영화계에서는 시남생이 단순한 프로듀서를 넘어 홍콩 영화의 세계화를 이끈 핵심 인물이었다고 평가한다. 작품 기획과 제작, 해외 배급을 아우르며 홍콩 영화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의 이름은 지금도 홍콩 영화 황금기를 상징하는 인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