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업종별 구분적용 모두 손본다…최저임금 ‘40년 체계’ 개편 시동

최임위, 노동부에 ‘제도개선 추진단’ 설치 권고
적용대상·결정기준 전면 재검토…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와 맞물려 개편 논의 본격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최종 결정된 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40년 가까이 큰 틀을 유지해온 최저임금 제도가 대대적인 개편 논의에 들어간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제도개선 추진단’ 설치를 공식 권고하면서 플랫폼·특수고용·도급제 노동자 적용 여부는 물론 결정 기준과 심의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전날 열린 전원회의에서 권고문을 통해 현행 최저임금 제도의 적용 대상과 결정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권고했다.


공익위원들이 권고문을 통해 제도개선 필요성을 공식 제기한 것은 인공지능(AI) 확산과 플랫폼 노동 증가, 산업구조 재편 등 노동시장 환경이 급변하는데도 최저임금 심의는 매년 같은 쟁점을 반복하며 공전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차량호출과 음식배달 등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국제 고용기준 마련에 나서는 등 고용 형태 변화에 맞춘 제도 정비 논의가 본격화하는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이 배달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첫 항소심 판결을 내리며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노동법 적용 범위를 넓힌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올해 심의에서도 최저임금법 제3조의 적용 범위와 제4조의 결정 기준, 제5조 제3항의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등을 둘러싸고 논의가 이뤄졌지만 관련 심의요청안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다.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요구했고, 경영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과 사용자 지불능력 반영을 주장하며 맞섰다. 하지만 현행 최저임금법 체계 안에서는 어느 쪽도 해법을 찾지 못했고, 관련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도급제 근로자와 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문제는 현행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추진단을 구성해 실태조사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추진단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적용 여부뿐 아니라 현행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사용자 지불능력을 반영할지, 업종별 구분 적용을 확대할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어떻게 마련할지, 최저임금 결정 절차와 심의체계를 어떻게 개선할지까지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제도적 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사는 13차례 수정안을 거쳐 최종안 격차를 30원까지 좁혔지만 끝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고, 최저임금은 표결로 결정됐다. 권 위원장은 “30원 차이를 두고 이뤄진 표결은 사실상 합의에 준하는 결과”라면서도 “최근 3년간 비슷한 논쟁이 반복됐고 현행 제도에서는 노사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심의촉진구간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공익위원들은 올해 상한선을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토대로 산정했지만, 정부가 당일 발표한 경제전망은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 반영했던 취업자 증가율도 올해는 제외했다. 이에 대해 권 위원장은 “심의촉진구간은 목표가 아니라 노사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경제 여건과 노사 수정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만큼 기준은 매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경제지표를 활용하면서도 적용 방식이 해마다 달라지고 있어 객관적인 기준이 없으면 예측 가능성과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매년 제기된다. 현재 최저임금법에는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어떤 방식으로 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이 탓에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해 한 쪽이 회의장을 중도에 퇴장하는 사례도 반복돼 왔다.

최저임금 제도개선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정과제에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및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선’을 포함한 상태다. 공익위원들의 추진단 설치 권고까지 더해지면서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유지돼 온 최저임금 결정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