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콩 공급망 여전히 취약…수입선 다변화·민간 비축 강화해야

농식품 공급망 첫 종합 진단…종합점수 6.397점
KREI “매년 공급망 평가체계 구축 필요”


핵심성과지표별 성과 순위[KREI]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밀·콩 등 수입 농산물의 공급망이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선 다변화와 농산물 비축 체계, 식품기업의 경영 기반이 개선 과제로 꼽혔다.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간한 ‘농식품 공급망 분석과 발전방안(1·2차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망운영참조모델(SCOR)로 국내 농식품 공급망을 분석한 결과 종합 점수는 6.397점(10점 만점)으로 집계됐다. 연구원은 기본적인 안정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농식품 공급망 핵심성과지표(KPI) 30개를 분석한 결과 12개는 안정적인 ‘초록’, 15개는 관리가 필요한 ‘노랑’, 3개는 개선이 필요한 ‘빨강’으로 분류됐다. 개선이 가장 시급한 분야는 ▷농산물 저장·비축 ▷식품제조업체 자본 안정성 ▷농식품 수입선 다변화였다.

연구원은 특히 밀과 대두, 옥수수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수입선을 단계적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민간 중심의 수입 구조와 검역·위생 기준, 기존 거래국과의 신뢰 관계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공급선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공급망 관리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농산물 저장·비축 체계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 비축시설만으로는 수급 불안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생산자단체와 민간 저장시설의 비축 역량을 키우고, 저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손실을 보완해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영세 식품제조업체의 낮은 자기자본 비율도 공급망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원은 중소 식품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지원해 원료 조달과 재고관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농가와 식품제조업체, 도매·소매업체, 소비자,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공급망 참여 주체마다 정책 수요도 달랐다. 농가는 기후변화 대응과 경영안정 정책을, 식품제조업체는 중소기업 지원을, 소비자는 농식품 가격 안정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연구원은 생산·유통·소비 주체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공급망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안정적인 농식품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생산자와 식품제조업체 간 계약재배 확대 ▷농가의 기상정보 활용도 제고 ▷중소 식품제조업체 R&D 투자 확대 ▷민간 저장·비축 역량 강화 ▷가축질병 방역체계 강화 ▷수입선 다변화 ▷가격변동 구조적 대응체계 마련 ▷지속적인 공급망 진단 시스템 구축 등 8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한정훈 KREI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 변화로 농식품 공급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농식품 공급망의 현재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취약 분야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매년 공급망을 평가하는 ‘한국 농식품 공급망 지수(KASCI)’를 구축하면 정책 수립과 현장 대응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