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6739m 화산 정상에 사는 독특한 쥐…추위·산소보다 독한 게 있었다 [후암동 논문 연구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사는 포유류인 안데스 잎귀쥐(Phyllotis vaccarum).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026년 7월호]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해발 6739 화산 정상에는 나무도 풀도 거의 없다. 기온은 사실상 1년 내내 영하다.

숨을 한 번 들이마셔도 해수면에서 마시는 공기의 44%에 해당하는 산소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훈련된 등반가가 하루짜리 등정으로 잠깐 버틸 수는 있어도 사람이 계속 살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 정상에 특이한 쥐가 살고 있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026년 7월호에 미국 몬태나대 스카일러 리파트, 네브래스카대 나임 바우티스타 연구원 등 공동 연구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사는 포유류인 안데스 잎귀쥐(Phyllotis vaccarum)의 생존 전략을 밝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네브래스카대 제이 스토즈 교수, 몬태나대 제프리 굿 교수와 재커리 셰비론 교수, 칠레 아우스트랄대 기예르모 델리아 교수가 함께 주도했다.

연구팀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다섯 차례 고산 원정을 포함해 칠레 북부 33개 지점에서 쥐를 채집한 구역.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026년 7월호]


추위 속에서 열을 만드는 힘이 달랐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다섯 차례 고산 원정을 포함해 칠레 북부 33개 지점에서 이 쥐 167마리를 채집했다. 아타카마 사막의 해안 모래밭부터 6000m가 넘는 화산 다섯 곳의 정상까지 고도 차이가 6700m를 넘는다.

연구팀은 정상에서 잡은 쥐와 바닷가에서 잡은 쥐를 실험실로 데려왔다. 2주 넘게 똑같은 곳에서 똑같이 키웠다. 사는 환경이 만든 차이를 지우고 타고 난 차이만 보기 위해서다.

그다음 통 안의 공기를 해발 7000m처럼 만들었다. 온도는 영하 5도로 낮췄다.

몸이 식으면 동물은 몸을 떨어 열을 낸다. 그러려면 산소가 필요하다. 산소가 부족하면 열을 만드는 힘도 떨어진다.

정상에서 잡은 쥐와 바닷가에서 잡은 쥐가 서식하는 지역의 해발 고도 차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026년 7월호]


바닷가 쥐는 이 조건에서 힘이 뚝 떨어졌다. 반면 정상에서 잡은 쥐는 훨씬 덜 떨어졌다. 같은 종인데도 그랬다. 바닷가 쥐가 추위에 굳어갈 때 정상 쥐는 여전히 움직인다는 뜻이다.

차이는 종아리 근육에 있었다. 몸을 떨 때 쓰는 근육이다. 정상에서 잡은 쥐의 종아리 근육은 산소를 더 많이 태울 수 있었다. 지방을 태우는 능력도 좋았다.

여기서 의외의 사실이 나왔다. 학계에는 높은 곳에서는 지방보다 탄수화물을 태우는 편이 낫다는 오랜 가설이 있었다. 탄수화물이 산소를 덜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상에서 잡은 쥐는 정상에서도 지방을 태우고 있었다. 산소를 아낄 필요가 없을 만큼 산소를 잘 쓰고 있었다는 뜻이다.

(B) 낮은 곳에 사는 쥐와 산 정상에 사는 쥐의 유전자를 통째로 비교한 결과다. 위로 솟은 수치는 정상에 사는 쥐에게서만 크게 달라진 유전자를 뜻한다. 붉은 점은 해발 고도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C) 유전자 변이가 해발 고도와 얼마나 맞물려 나타나는지를 본 결과다. 이름이 붙은 유전자는 (B)에서도 함께 지목된 곳들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026년 7월호]


자연환경을 버티려는 쥐의 생존 투쟁


연구팀은 이 쥐들의 유전자를 통째로 들여다봤다. 사는 고도에 맞춰 크게 달라진 유전자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다.

예상대로 지방을 태우는 유전자, 산소를 쓰는 유전자가 나왔지만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독을 분해하는 유전자도 나왔다. 사람으로 치면 술이나 약을 분해할 때 쓰이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정상에서 잡은 쥐만 바뀐 게 아니었다. 바닷가 쥐도 똑같이 바뀌어 있었다.

연구팀은 이 쥐가 이름 그대로 잎을 먹기 때문으로 봤다. 바닷가 사막에서 자라는 풀과 화산 꼭대기에서 자라는 풀은 완전히 다르고 풀은 먹히지 않으려고 저마다 독을 품는다. 사는 높이가 달라지면 먹게되는 독도 달라진다.

안데스 잎귀쥐가 서식하는 곳.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026년 7월호]


연구팀은 이 쥐들이 추위와 산소 부족만 견딘 게 아니라 매일 독이 든 풀을 먹으면서 그 독을 소화해 내는 몸을 따로 만든 것으로 봤다. 사는 고도마다 독이 달라 정상에 사는 쥐와 산 아래 쥐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셈이다.

연구팀은 다윈의 문장을 사용해 “생존 투쟁은 거의 전적으로 자연환경과의 싸움”이라면서도 이 쥐를 시험한 것은 추위와 산소만이 아닌 무엇을 먹고 사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ence.aec8347

논문 정보 : Schuyler Liphardt et al. ,Adaptation across an extreme elevational gradient in Andean leaf-eared mice, the world’s highest-dwelling mammal.Science393,eaec8347(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