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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한강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연극 축제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끝난 후 활짝 웃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최근 ‘책방오늘’의 폐점과 관련해 “20대부터 꿈이었다”며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다녀가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5·18 광주’에 대한 기억도 꺼내놓았다.
13일(현지시간) 아비뇽 페스티벌에 따르면 한강은 지난 12일 제80회 아비뇽 연극 축제의 부대 행사로 마련된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서 “처음 책방 문을 연 건 2018년 9월이었다. 그해 7월부터 준비를 해서 동네에 조그만 서점을 열었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책방을 열고 싶다는 생각은 20대부터 했었다”며 “잠이 안 오는 밤이면 식탁에 책을 매대처럼 펼쳐놓고 추천하는 메모도 써서 붙여놓기도 하고, 현관에서부터 걸어오면서 그 책방의 동선, 손님들의 동선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애정이 담겼던 속내를 고백했다.
책방을 운영하며 받았던 감동과 함께 최근 문을 닫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강은 “서점에 가면 언제나 그 책을 고르기 위해 사람들이 침묵 속에서 어떤 자세들을 취하는데 저는 그 자세가 참 좋았다”며 “이렇게 고르고 한 권을 꺼내서 펼쳐보고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제가 만든 공간 안에서 손님들이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은 언제나 큰 감동이었다”고 했다.
그는 “낭독회도 많이 했는데, 낭독회 할 때 뭔가 한 작가의 작품에 집중하는 그 순간이 좋았고 그 손님들하고 같이 그 작가의 작품을 함께 낭독하는 시간도 좋아했다”며 “행복하게 8년을 보냈고 그 서점은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물이 팔리면서 세입자가 다 나가게 돼서 문을 닫았다”며 “문을 닫기 직전에 이자벨 위페르가 손님 없는 오전 시간에 아무도 모르게 살짝 찾아와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좋은 추억이 됐다”는 사연도 전했다.
한강은 2018년 서울 서촌 통의동에 독립서점 ‘책방오늘’을 열었지만 지난 7일 마지막 영업을 하고 8년 만에 폐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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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한강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연극 축제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 |
그는 어린시절부터 이사를 많이 다닌 경험과 함께 책을 읽으면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다며 “자연스럽게 책방에 대한 꿈을 꿨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작가의 꿈을 꾼 중학생 시절에 대한 고백도 이어졌다.
한강은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건 열네 살 때”라며 “열네 살 사춘기 시절 고민을 많이 하면서 ‘나는 누구지, 인생은 뭐지, 나는 왜 살지, 사람들은 왜 다 죽어야 하는 거지, 고통은 왜 있지’ 이런 고민들을 했고 그 질문을 하는 방법으로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 다룬 자신의 작품을 두고 ‘정치적인 글쓰기가 아니냐’는 일각의 물음에 대해 그는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채식주의자’는 마치 아주 개인적 이야기인 것 같지만 굉장히 정치적 소설이고 ‘소년이 온다’는 사회적인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제겐 굉장히 개인적인 소설”이라고 말했다.
또한 “‘작별하지 않는다’도 마찬가지로 물론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인간의 내면을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며 “정치적인 글쓰기와 내면적인 글쓰기가 그렇게 나눠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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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한강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연극 축제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 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연합] |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의 연결점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을 남겼다.
한국의 정치 역사를 왜 작품에 담으려고 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강은 “시작은 ‘소년이 온다’였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연결돼 있고 두 권이 한 쌍의 책”이라며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기도 했고 어릴 때 그 사건(5·18)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9살에 광주를 떠났고 이후 4개월 뒤 그 사건이 있었다”면서 40대 초반 ‘희랍어 시간’을 쓴 이후 “내면에 들어가 광주에 대한 소설을 씀으로써 그 사건을 통과하고 저의 글쓰기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 발표 직후 눈이 내리는 꿈을 여러차례 꿨고 이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부분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 꿈이 저에게 뭔가 중요한 말을 하는 것 같았고 이 꿈에서 이어지는 다른 소설을 생각하다가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게 됐다”며 “두 작품 모두 한국 역사만을 다룬다고 생각진 않고 보편적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역사에 걸쳐 모든 인간들이 반복해서 저지르고 있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며 “폭력이 지나간 자리에 언제나 남게 되는, 작별하지 않는, 애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 공개적인 외부 활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아비뇽 연극 축제는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초청 언어로 한국어가 선정되며 한강도 주요 인사로 초청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오는 15일과 16일 한국 배우 이혜영과 함께 ‘작별하지 않는다’의 낭독 공연을 한다. 이자벨 위페르는 이날 한강의 ‘작가와의 대화’ 자리에도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