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우울증 완화효과 탁월…착한 장내 미생물 찾았다

- KBSI, 우울 행동 연관 핵심 장내 미생물 2종 발굴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의정(왼쪽부터) 박사후연구원, 김다혜 연구원, 정혜종 책임연구원.[KBSI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만성 스트레스 환경에서 우울증을 크게 개선하는데 효능을 갖는 착한 미생물이 등장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호남권센터 정혜종 박사 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 환경에서 우울 유사 행동과 연관된 핵심 장내 미생물 2종을 발굴하고, 이들 미생물이 뇌 신경세포의 ​산화스트레스와 신경영양 신호 전달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로,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장기간의 스트레스 호르몬 노출이 주요 원인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세포 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에너지를 생상하는 세포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저하시켜, 신경세포의 생존과 신경 가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신호 전달 체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미생물이 뇌 기능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지만, 어떤 미생물이 실제 스트레스 반응과 우울 유사 행동에 관여하는지, 또 어떠한 생물학적 기전을 통해 뇌 기능을 조절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체 분변 미생물 이식 기반 분석을 통해 우울 유사 행동 정도가 높은 생쥐에서 공통적으로 감소하는 장내 미생물을 탐색했다. 그 결과, Intestinimonas butyriciproducens와 Parabacteroides merdae* 두 종을 우울 행동과 연관된 핵심 후보 균주로 발굴했다.

장내 미생물이 장-뇌 축을 통해 신경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직접 조절하는 연구 모식도.[KBSI 제공]


세포 및 동물실험을 통해 이들 균주의 기능을 검증한 결과, 두 균주 모두 신경세포 내 활성산소종 생성을 감소시키고 산화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과 세포사멸 신호를 억제하는 동시에, 신경세포 성장과 생존에 중요한 신호 전달 체계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만성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투여해 우울 유사 행동을 유도한 동물모델에 해당 균주를 경구 투여한 결과, 우울 유사 행동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우울 행동의 심각도가 단순한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감소가 아니라, 특정 장내 미생물의 존재 여부와 기능적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혜종 박사는 “이번 연구는 특정 장내 미생물이 장-뇌 축을 통해 신경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직접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우울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정밀의학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약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Pharmacol. R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