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데이터센터 시장 잡아라…보험업계 새 먹거리 선점 잰걸음

데이터센터 시장 2028년 10조 전망…보험 수요↑
삼성화재, 반도체 팹 경험 하반기 새 기준 제시 계획
요율·보상한도 산정은 과제…“데이터 확보가 관건”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사옥 전경. [삼성화재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공급이 빠르게 늘면서, 화재 등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도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삼성화재는 오는 하반기 AI 데이터센터 위험 평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14일 화재보험협회·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18년 2조4200억원에서 2028년 10조1900억원으로, 10년 최대 4배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망 709개가 멈춰 섰고, 앞선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때는 입주 기업들의 서비스 장애가 닷새 넘게 이어졌다. 재물보험사 FM글로벌 분석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데이터센터 사고 중 화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로는 10.9%에 그쳤지만, 손실 금액으로는 42.3%에 달했다. 자주 나진 않아도, 한 번 나면 크게 난다는 뜻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위험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기존 센터가 CPU 기반이라 규모가 크지 않지만, AI 데이터센터는 GPU가 들어가 규모가 크고 데이터 집적도가 훨씬 높다. 그만큼 보험가입금액도 커진다. 데이터센터에 정통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데이터센터 자체의 재물 손실보다 이와 연결된 서비스 업체들의 서비스 중단 피해가 더 크다”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과거의 10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하이테크’ 부문을 일반보험의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팹)에 직접 들어가 위험을 분석해 본 경험이 있는 국내 보험사는 삼성화재뿐이다. 삼성화재는 현재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와 함께 AI 데이터센터의 위험 평가 기준을 새로 잡고 있으며, 하반기 중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타 손보사들도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등은 AI 데이터센터 관련 보험 문의가 늘어나면서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도 분명하다. 가장 큰 과제는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요율이다. 요율은 사고 통계가 쌓여야 산출할 수 있는데, AI 데이터센터는 국내에 사례 자체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글로벌 보험사와 협업해 요율을 쓰고, 통계가 어느 정도 쌓이면 자체 요율을 산출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사고가 났을 때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던 기업들의 2차 피해까지 어디까지 보상할지, 그 한도를 어떻게 정할지도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며 “통계를 쌓아 요율을 마련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하며, 데이터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시장의 주도권을 가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