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르무즈 통행세 20%’ 가능할까…국제법 저촉·유가상승 위험

국제사회 반발…밴스·루비오도 “위법”
운송비 두배 급등·유가부담 가중 우려
이란·동맹국 초강경 압박카드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에 사실상 통행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제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호르무즈는 국제법상 통행료를 받을 수 없는 천연 수로인 데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런 지적이 제기돼온 만큼 실제 집행하면 국제사회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선박에 선적된 화물의 20%를 통행료로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통행료를 부과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은 안되고 미국은 된다는 식의 ‘내로남불’식 트럼프 발언데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날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해협 내 수로가 특정국의 영해라고 하더라도 연안국의 주권보다 ‘통과 통항권’이 우선인 까닭에 선박이 통과를 목적으로 중단없이 신속하게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방해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통과를 이유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는 명시적 금지되지만 도선사 안내, 구난 구조, 기뢰 제거 등 구체적 서비스의 대가로 수수료는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이란은 서명했지만 비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엔해양법협약이 1982년 제정되기 전부터 전 세계에는 공해(公海)를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다는 지배적인 국제 관습법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이란이 호르무즈에 통행료를 부과하려던 시도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던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어떤 나라도 국제수로에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 그것이 현행 국제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같은달 1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 통행료 없이 개방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에 20%의 통행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운송비와 유가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원유를 비롯한 주요 화물의 운송비가 두 배 이상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선적 화물의 20%’를 통행료 명목으로 받는 것을 전제로 “현재 유가 기준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 척이 만재 상태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 20%의 통행료는 약 3200만달러(약 478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지금까지 이란이 부과한 것으로 알려진 최대 약 200만달러의 통행료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때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행세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결국 ‘항행의 자유’ 규범을 고수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하고 중동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는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고강도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철·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