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MOU는 시험이었다”…16일 전쟁 재개 꺼내나

이란 해협 폐쇄에 20% 통행료 ‘맞불’
 MOU 조건인 해상봉쇄 해제도 철회
해상드론 첫 투입…잠수함·함정 타격
 16일 연설 분수령…이란 발언 주목

이란  “美 해협개입 안돼” 휴전파기 수순
유가 10% 수직상승…한달만에 최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유타주 연방 토지 양도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유타주의 국립기념물 면적이 축소됐고, 보호에서 제외된 토지에서 시추와 채광이 이뤄질 가능성이 열렸다. [UP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했던 종전 양해각서(MOU)를 “시험(test)이었다”고 규정하며 사실상 파기를 선언했다. 여기에 대이란 해상봉쇄 복원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방침까지 내놓으면서 미국과 이란이 다시 전면 충돌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미군은 사상 처음으로 해상드론을 실전 투입했고, 이란은 미국의 호르무즈 개입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서면서 오는 16일(현지시간)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휴 휴잇 쇼’에 출연해 “오늘 밤에도, 내일도 이란을 세게 때릴 것”이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큰소리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 지도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며 제거할 수도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제거하는 대신 본보기로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체결했던 종전 MOU에 대해 “그것은 시험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나는 처음부터 본계약으로 바로 가자고 했지만 그들은 그 시험을 존중하지 않았고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MOU를 최근 붕괴 위험이 제기된 뉴욕 맨해튼의 한 고층건물에 빗대며 “구조적으로 약한 건물과 같다. 큰 의미는 없었다”고도 말했다. 이란이 휴전 기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공격을 이어간 만큼 미국도 더 이상 합의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실제 미국은 이날 MOU의 핵심 조항이었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를 공식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이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다시 차단하는 해상봉쇄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종전 MOU의 핵심 축이었던 ‘호르무즈 개방-해상봉쇄 해제’ 체제가 사실상 무너진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모든 선적 화물에 대해 20%의 ‘안전보장 통행료’를 받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받으려 한 것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비판해온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도 상충한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수로에서는 어떤 나라도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으며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군사 대응도 한층 확대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3일 연속 야간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할 능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날에는 이란의 잠수함 및 함정 정비시설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방산업체 사로닉의 무인 수상정 ‘코르세어’ 3척을 동원해 반다르아바스 해군기지를 공격했다며 “미군이 전투 작전에 해상드론을 투입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해상 무인체계가 실제 전투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미 해군 작전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란도 즉각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 이맘 호메이니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개입하는 것을 결단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반복적인 군사적 모험주의는 역내 안보와 국제무역, 유조선과 상선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혁명수비대 대변인 호세인 네마트자데 준장도 “미국은 세계 에너지 안보를 심각하게 위태롭게 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는 강력한 힘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계속할 것이며 새로운 침략에는 이전보다 더 큰 굴욕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체결된 종전 MOU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휴전 이후에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공격을 이어갔고, 미국은 이를 이유로 공습을 재개한 데 이어 종전 양해각서(MOU) 조건이었던 해상 봉쇄 해제까지 공식 파기하면서 협상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16일 오후 9시(미 동부시간·한국시간 17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과 협상 전략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중동 전역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을 재개하며 휴전 종료를 선언하는 등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안전보장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10% 가까이 급등했다. 13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3.30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 거래일보다 9.6%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78.14달러로 9.4% 상승했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