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고혈압·흡연”…치매 위험요인, 나라별로 들여다봤더니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치매를 유발하는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이 국가마다 뚜렷하게 달라 국가별 특성을 반영한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중등교육 미만 학력이 가장 흔한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지만, 미국에서는 고혈압과 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상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중등교육 미만 학력은 미국에서 11위에 머물렀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에마 니컬스 박사 연구팀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AAIC 2026)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랜싯 건강한 장수(Lancet Healthy Longevity)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은 교육 수준과 고혈압, 흡연 등 치매 위험 요인의 유병률이 국가별로 크게 달라 모든 국가에 동일한 예방 전략을 적용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존 치매 연구 대부분이 미국과 서유럽 등 고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이를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유럽 4개 권역, 한국,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14개 국가·지역의 고령층 2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자료를 통합 분석했다.

분석에는 랜싯 치매위원회가 제시한 12가지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이 활용됐다. 여기에는 교육 수준, 고혈압, 흡연, 신체활동 부족, 시력 저하,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우울증, 청력 저하, 사회적 고립, 당뇨병, 과도한 음주 등이 포함됐다.

국가별 위험 요인 순위는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띈 항목은 중등교육 미만 학력이었다. 한국과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브라질, 멕시코에서는 가장 흔한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이었지만 미국에서는 11위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했다.

반대로 과체중·비만은 미국에서 네 번째로 흔한 위험 요인이었지만 한국에서는 10위, 중국에서는 9위에 그쳤다.

한국의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상위 5개는 중등교육 미만 학력-고혈압-흡연-우울증-시력 저하 순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고혈압-흡연-고콜레스테롤혈증-비만-신체활동 부족 순이었다.

영국과 서유럽, 북유럽에서는 흡연이 가장 흔한 위험 요인이었고, 동유럽에서는 고혈압이 1위, 흡연이 2위를 차지하는 등 지역별 차이도 뚜렷했다.

다만 연구팀은 국가 간 차이와 별개로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도 확인했다.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심혈관계 위험 요인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고, 흡연과 음주 같은 건강 위해 행동 역시 대부분 국가에서 동반되는 경향을 보였다.

니컬스 박사는 “국가 간 차이보다 위험 요인들이 여러 환경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함께 나타난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며 “이는 국가별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서로 연관된 위험 요인을 함께 관리하는 예방 전략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위험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노출되는 여러 위험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교육과 의료 접근성 등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치매 예방 정책도 국가별 건강 환경과 사회·교육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단순히 한 가지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 그치기보다 교육 기회 확대와 만성질환 관리, 금연 정책 등을 함께 추진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치매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