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인사이트] 비트코인 채굴기업이 ‘전력 회사’ 된 이유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와 채굴 기업의 주가가 ‘디커플링’되기 시작한 것. 코인셰어스 비트코인 마이닝 ETF(WGMI)의 연초 이후 수익률(YTD)은 지난 10일(미국 동부시간) 종가 기준 약 45%에 달한 반면,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26.7%가량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약세를 보인 상황에서 채굴 기업의 주가가 상승한 이 역설의 핵심 배경 중 하나는, 시장이 채굴 기업을 단순한 ‘비트코인 생산자’가 아니라 전력과 인공지능(AI) 연산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채굴 기업은 대규모 전력을 끌어올 수 있는 부지와 송배전 설비, 고도화된 냉각 시스템, 그리고 24시간 안정적으로 시설을 돌려온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AIDC) 운영에 필요한 조건과 상당 부분 겹친다.

신규 데이터센터가 전력 계통에 연결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현실에서, 이미 계통 연결을 마친 채굴 인프라는 AI 연산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뚜렷한 시간적 우위를 제공한다.

물론 모든 채굴장이 곧바로 AIDC가 되는 것은 아니다. 통신망과 전력 이중화, 냉각 구조 등 메가와트(MW)당 채굴 시설의 열 배가 넘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전력과 부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은 채굴 기업의 강력한 무기다.

실제 글로벌 채굴 기업들은 채굴 사업을 지속하면서 AIDC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마라홀딩스(MARA)는 지난 2월 운용자산 1250억달러 규모의 스타우드캐피탈과 공동 데이터센터 개발 플랫폼을 출범하고, 전력 상황과 고객 수요에 따라 채굴과 AI 연산 배분을 유연하게 조정하도록 캠퍼스를 설계했다. 채굴을 핵심 기반으로 유지하면서 그 위에 AI·고성능컴퓨팅(HPC)을 얹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채굴 설비는 그 자체로 수익이 되기도 한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 라이엇(Riot)은 채굴 가동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방식으로 올해 1분기에만 약 2100만달러 상당의 전력 크레딧을 확보해 전력비를 절감했고, 반도체 기업 AMD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임대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AIDC 임대 사업에도 진출했다. 또 다른 채굴 기업 클린스파크(CleanSpark)도 지난해 12월 미국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의 요청으로 11개 시설의 전력 사용을 10분 안에 대폭 줄이며 채굴 설비의 전력망 조절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처럼 채굴 기업은 하나의 전력 인프라를 토대로 채굴과 AIDC라는 두 개의 수익원을 함께 굴린다. 전력 상황에 따라 가동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채굴은 유연한 현금 창출원이 되고, 장기 계약에 기반한 AIDC 임대는 안정적인 수익을 더한다.

글로벌 기업의 사례들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AI 인프라 경쟁의 관건은 GPU 확보만이 아니라 전력과 계통 연결, 부지, 대규모 시설을 장기간 돌리는 운영 역량이다. 비트플래닛 역시 채굴을 비트코인 확보 수단인 동시에 저비용 전력과 연산 인프라 운영 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본다. 채굴과 AIDC는 하나의 전력 인프라 위에서 함께 운용되는 수익화 경로이며, 회사는 두 사업을 병행 설계하는 전략을 지향한다.

AI 시대의 새로운 ‘금맥’은 비트코인, 그리고 이를 채굴하는 전력·연산 인프라다. 비트코인 채굴은 차세대 기축 자산인 비트코인을 확보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AI 인프라 경쟁력까지 축적하는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성훈 비트플래닛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