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증시, 약세장 아닌 리프라이싱 과정”

호르무즈 재긴장에도 증권가는 담담
유가·환율 급등에 외인 매도 ‘삼중 악재’
“3·4월 학습효과…내년 반도체 역대급 피크”
AI 투자 여전…닉스 ADR·LTA가 뒷받침



14일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호르무즈 긴장 영향으로 하락 출발한 코스피가 오전 10시30분 현재 6919.55까지 오르며 상승 반전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된 모습. [연합]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긴장이 다시 국내 증시를 덮쳤지만 증권가의 시선은 의외로 담담하다. 코스피는 이번 급락으로 4월 이후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했고, 지난달 고점 대비로는 30% 가깝게 밀렸다.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하면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졌고, 유가와 환율이 동반 급등하는 ‘삼중 악재’에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3월 미·이란 충돌 당시처럼 공포가 먼저 가격에 반영됐을 뿐,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약세장이 아니라 재가격화(re-pricing) 과정”이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9385.59) 장중 최고가와 비교하면 무려 27.4%(2578.66포인트)나 하락한 수준이고, 4월 랠리 상승 폭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이 되돌려졌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5월 6일 7000선을 돌파한 이후 이를 밑돈 것은 약 2달 만에 처음이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칠천피(코스피 7000) 돌파 후 46거래일(68일)만, 9000선을 돌파한 이후로는 17거래일(25일) 만이다.

‘코스피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폭락하면서 지수가 충격을 받았다. 전날 삼성전자는 10.70% 내린 25만4500원, SK하이닉스는 15.37% 내린 184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낙폭은 역대 가장 컸다. 이에 원화 기준 시총은 1314조9358억원으로 줄어 시총 1조달러 클럽에서 이탈했다.

이번 급락은 호르무즈 해협 긴장 재점화가 불을 붙였다.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기저에 깔린 가운데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정작 증권가에서는 “3~4월의 학습효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에서는 ‘3일 이내 반등이 가능한 구간’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지수 구간에서는 추가적인 스파이크성 하락이 나타나더라도 2~3일내 재반등이 가능한 영역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다중 악재가 단기간에 먼저 반영된 만큼 추가 급락이 나타나더라도 단기간 내 반등이 가능한 구간이라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약세장 전환으로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AI 투자 사이클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시장에서는 빅테크의 AI 투자 축소 가능성과 SK하이닉스의 장기공급계약(LTA) 반영에 따른 실적 둔화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지만, 아직 투자 축소를 뒷받침할 근거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내년은 70년 반도체 역사상 가장 공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범용 메모리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내년부터 빅테크 업체들의 장기공급계약이 본격 시작되며 메모리 신규 생산 물량은 LTA를 체결한 빅테크 중심으로 우선 배정되기 때문에 일반 고객이 실제로 체감하는 메모리 공급부족은 절벽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증권사들은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도 목표주가를 유지하며 매수 의견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380만원으로 유지하고, 매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는 전날 종가 대비 105.9% 높은 수치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부터 주목해야 할 점은 수익의 지속 가능성”이라며 “LTA의 확대는 메모리 산업의 오랜 약점이었던 실적 변동성을 낮추고 있으며 계약 기반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높은 수익성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낙관만 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되고 메모리 가격과 이익 전망이 동시에 낮아진다면 2차 상승 가설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번 조정이 강세장의 끝인지, 2차 상승을 위한 재가격화인지는 AI 투자 사이클과 메모리 이익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홍태화·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