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입법 금융사 참여 정도가 관건
내부선 “영원한 파트너는 없다” 의견도
미래에셋그룹이 디지털자산 거래소 코빗을 품으면서 코빗과 신한은행의 8년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휴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서는 코빗이 미래에셋의 거래·유통 인프라로 역할을 넓힐 경우 양사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빗은 지난 2018년부터 신한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휴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에도 계약을 연장하며 8년째 동행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온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 차기 제휴 관계를 가를 주요 분기점이 될 예정이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은 원화마켓 거래소가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은행 서비스다. 거래소의 사업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제휴은행 변경 여부는 거래소 인수합병 못지않게 시장의 관심을 받는다.
은행권에서는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인수가 실명계좌 제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실명계좌 제공은 은행이 거래소에 제공하는 영업 서비스 중 하나로 지주 차원의 디지털자산 전략이나 금융그룹 간 경쟁 구도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명계좌 서비스는 고객 기반 확대라는 전략적 목적도 있지만 펌뱅킹 수수료와 같은 수익성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거래소와의 디지털자산 사업 협력의 필요성 때문에 실명 계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이 제휴 여부를 결정할 때는 계약 유지에 드는 부대비용 혹은 규제 환경, 자금세탁방지 부담 등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향후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에서 기존 금융회사의 시장 참여 범위가 넓어질 경우 양사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도가 시장 친화적으로 마련되면 증권업계에서 증권계좌를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입출금 통로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미래에셋그룹이 향후 디지털자산 상품의 주요 고객층을 이른바 ‘머니무브’를 기반으로 한 리테일 고객으로 설정할 경우 코빗의 쓰임새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순히 디지털자산을 사고파는 거래소를 넘어 미래에셋의 금융상품을 유통하고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내부에서도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가 향후 제휴 관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장 계약 변경을 점치기보다는 미래에셋의 사업 방향과 제도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선택지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향후 법인의 디지털자산 거래가 본격적으로 허용될 경우 은행과 거래소 간 제휴 구조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의 원화 입출금과 기관·법인의 디지털자산 거래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면 거래소가 사업 영역별로 복수의 금융회사와 협력하는 구조도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코빗을 글로벌 투자 플랫폼 ‘맵스’(MAPS·Mira
e Asset Portfolio Service)와 연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맵스는 주식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 전통 금융상품과 디지털자산을 함께 거래·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각에선 제도화가 앞선 홍콩에서 디지털자산 상품을 먼저 출시한 뒤 국내 규제가 정비되면 코빗이나 미래에셋증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홍콩에서 먼저 상품을 시험해보고 국내 시장이 열리면 이를 역수입하는 형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경예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