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주주평등 원칙 확인”
고려아연 “현재 지배구조와 무관”
고려아연이 지난해 임시주주총회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근거로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이라는 1심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7부(부장 장지혜)는 지난 10일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임시주총 의장으로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며 위자료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월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이다. 당시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었고, 영풍·MBK 측이 의결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이었다. 이에 최윤범 회장 측은 주총 하루 전 호주 계열사 구조를 활용해 상호출자 관계를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채 주총을 진행했다.
영풍·MBK 측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의 근거가 된 호주 법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호주 회사법상 유한회사에 해당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 대상이 아니며, 박 대표가 영풍의 주주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영풍·MBK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데 SMC는 호주 회사법상 유한회사에 가까워 해당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SMC가 자회사에 해당함을 전제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 박 대표가 당시 임시주총 의장이자 SMC와 모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의 이사를 겸직해 관련 법률관계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영풍 측에 충분한 검토 기회를 주지 않고 의결권을 제한한 채 주총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주주 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기보다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임시주총 당시까지 SMC와 SMH의 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영풍·MBK 측은 “이번 판결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으며, 그러한 행위를 주도한 경영진에게는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확인한 판결”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주주평등 원칙과 주주의 의결권이 회사법상 가장 핵심적인 권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이 현재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후 SMC가 보유 지분을 SMH에 이전했고,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별도 가처분 사건에서 적법성이 인정돼 대법원에서도 확정됐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은 지난해 1월 임시주총에 한정된 사안”이라며 “관련 임시주총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 신청은 대법원에서 심리가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종 회사에 해당한다는 점을 소명했고 적법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박 대표는 SMC가 주식회사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해 신중한 검토를 거쳤고 항소를 통해 법적 정당성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