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발효기술로 독보적 ‘K-브레드’ 꿈꾸죠”

술빵 브랜드 ‘드렁큰도우’ 임희원 셰프
막걸리 저온발효로 만든 ‘프리미엄’ 술빵
광양 매실·평창 곤드레, 지역 식재료 협업
백화점 팝업접점 확대, 글로벌 시장 공략


임희원(왼쪽) 드렁큰도우 셰프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드렁큰도우 술빵 세트. [드렁큰도우 제공]


“한국 음식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정작 ‘한국을 대표하는 빵’을 물었을 때 답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푸드코트. 고소한 버터 향이 코를 찔렀다. 철판 위에서 술빵이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었다. 갓 구운 술빵을 맛보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장이나 휴게소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술빵이 백화점 푸드코트를 점령했다. 임희원 셰프가 운영하는 술빵 브랜드 ‘드렁큰도우(Drunken Dough)’다. 찜기에서 큼직하게 쪄낸 뒤 잘라 비닐봉지에 담겨 판매되던 기존 술빵과 달랐다. 한 손에 들고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들고 개별 포장해 휴대성과 상품성을 높였다.

드렁큰도우를 운영하는 임 셰프는 8년간 한식 다이닝 바 ‘부토’를 운영하며 다양한 한식을 선보였다. 그는 “전통을 기반으로 지금 시대가 원하는 한식을 만드는 것이 제 철학”이라며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삶과 경험을 담아내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럽게 ‘한국식 빵’으로 이어졌다.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국식 빵을 찾던 그는 술빵에 주목했다. 3~4년 전부터 레스토랑에서 술빵을 직접 만들어 육회와 스테이크·나물 등에 곁들이며 식사빵으로서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술빵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도 담겨 있다. 그는 “어릴 적 할머니가 집에서 술빵을 자주 만들어주셨다”며 “당시에는 과하게 발효된 막걸리 향이 싫었는데,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그 향이 향수로 남았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술빵 브랜드를 준비한 건 올해부터다. 레스토랑에서 2년 동안 메뉴를 테스트했다. 대량 생산에 맞는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만 8개월 이상을 투자했다. 그는 “시장에 내놓기까지 총 2년 8개월 정도가 걸렸다”며 “지금도 소비자 반응을 보며 레시피를 계속 다듬고 있다”고 전했다.

드렁큰도우의 술빵은 시판 믹스나 팽창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막걸리와 반죽을 저온에서 장시간 발효한 뒤 3차 발효를 거쳐 스팀으로 쪄낸다. 전체 공정에만 이틀 이상 걸린다. 직접 맛을 보니, 기존 술빵의 자극적인 단맛은 줄이고 ‘슴슴한 맛’이 돋보인다. 버터나 치즈는 물론 카레·스튜·샌드위치 등에도 잘 어울린다.

해외 시장에 대한 가능성도 확인했다. 레스토랑을 찾은 프랑스·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에게 술빵을 선보인 결과다.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 개발도 꾸준하다. 광양의 매실, 평창의 곤드레, 제주 비양도의 오디 등 각 지역 특산물을 접목한 술빵을 개발해 지자체 및 지역 사업과 협업했다.

사업 전략도 기존 식품 브랜드와 다르다. 오프라인 매장 출점이 아닌 온라인 판매와 팝업스토어를 앞세워 먼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다. 오는 10월까지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진행하는 팝업스토어 일정도 모두 확정됐다.

임 셰프는 요즘도 하루 두세 시간만 잠을 자며 새로운 술빵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K-브레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라면 등 K-푸드는 있지만 K-브레드라고 할 만한 건 아직 많지 않다”며 “좋은 식재료와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