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 부족한 ‘가마솥 지구’…유럽 1만명 초과사망, 미국도 초비상

유럽 27개국 폭염에 65세 이상 사망자 9000명 넘어
프랑스 원전 멈추고 산불·익사 사고 속출
美도 5800만명 폭염경보…몬태나 43도 역대 최고


지난 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에서 폭염 속에 관광객들이 그늘에 모여들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지구촌이 기록적인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불과 일주일 사이 1만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고, 미국에서는 약 5800만명이 폭염 경보 영향권에 들었다.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대형 산불과 익사 사고가 잇따르는 등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 대륙을 덮친 폭염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22~28일 27개국에서 총 1만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초과사망은 평년 사망자 수보다 실제 사망자가 얼마나 더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개별적 사인은 모르지만 폭염 때문에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극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루브르 박물관 밖에서 관람객들이 우산을 사용해 그늘을 만들고 있다. [게티이미지]


특히 초과 사망자 가운데 9000명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전문가들은 사망자 수가 급증한 원인으로 기록적 폭염을 지목하고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원하는 사망률 감시 네트워크 ‘유로모모(EuroMOMO)’의 라세 베스테르고르 박사는 “이 시기에 이 정도로 높은 초과 사망률이 나타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극심한 폭염 외에 다른 이유로는 이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국가별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로베르트코흐 연구소는 올해 독일에서 발생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 관련 사망자가 최소 5120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도 5~6월 두 달간 2700여명이 폭염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폭염은 전력망과 교통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전력공사(EDF)는 폭염으로 원전 3곳의 가동을 중단했고, 8곳의 출력을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프랑스 원전은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한 뒤 데워진 물을 강으로 방류하는데, 폭염으로 강 수온이 상승하면서 환경 규정에 따라 일부 원자로의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달 기록적 폭염에 이어 최근 몇 주 사이 두 번째 가동 중단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폭염 속에서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관광객들이 부채를 들고 걷고 있다. [AP]


폭염 여파가 이어지며 관광 명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은 성수기임에도 주말 오후 4시 조기 폐관했고,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역시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베니스 비치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있다. [AFP]


물놀이객이 늘면서 익사 사고도 급증했다. 독일 당국은 자국에서 지난달에만 99명이 익사로 목숨을 잃었으며, 희생자 대부분은 젊은 남성이었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폭염이 독일을 강타했던 2003년 이후 23년 만에 최악의 익사자 수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6월 19일 이후 익사로만 131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8일(현지시간) 촬영된 플래닛 랩스 PBC가 공겨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산악지대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AFP]


유럽 전역에서는 산불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수도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60km 떨어진 퐁텐블로 숲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1000ha가 소실됐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도 대형 산불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역시 전례 없는 고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 서부를 강타한 폭염이 정점에 달하면서 약 5800만명에 달하는 주민이 폭염 경보 영향권에 들었다.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에서는 기온이 섭씨 43도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과학계는 이번 폭염을 기후변화가 불러온 극한기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와 대기의 흐름이 교란되면서 폭염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극단적 기상이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