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완등하면 70만원” 파격 실험…UNIST, 국내 첫 ‘등산 장학금’ 지급

- 권준하 회장, UNIST ‘미산 개척자 장학금’ 5억 펀드
- 성적, 소득, 수상실적 대신 ‘산행 인증’, 350명 선발


권준하 회장(왼쪽)과 박종래 UNIST 총장이 ‘미산 개척자 장학금’ 5억 원 기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UN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산에 완등하기만 하면 성적도 수상실적도 따지지 않고 장학금을 지급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가 권준하 회장의 기부로 운영하는 ‘미산(彌山) 개척자(Pioneer) 장학금’이 첫 모집에서 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발 기준은 오직 하나, 등산이다.

UNIST는 미산 개척자 장학금 신청자를 모집한 결과, 당초 선발 규모 150명을 크게 웃도는 978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방학 중 신청이 이뤄졌음에도 학생들의 관심이 몰리자, 권 회장은 장학금의 취지와 참여 열기를 고려해 선발 인원을 35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산 개척자 장학금은 산행과 완등 인증을 장학 기준으로 삼은 이색 장학 프로그램이다. 과학기술 인재들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성취감과 공동체 의식을 함께 기르도록 마련됐다.

선발된 학생들은 활동 기간 동안 영남알프스 주요 봉우리와 지정된 국내 명산을 오른다. 이후 인증 앱을 통해 완등 실적을 제출한다. 기간 내 6회 이상 완등하면 70만 원, 3~5회 완등하면 30만 원의 장학금을 받는다.

장학금 슬로건은 “정상을 향한 도전,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개척자”다. 자연 속 성찰을 통한 창의적 통찰, 동료와 함께하는 연대의 리더십, 한계를 넘어서는 파이오니어(Pioneers) 정신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권준하 회장은 “산을 오르는 일은 공부와 닮아 있다. 한 걸음씩 꾸준히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UNIST 학생들이 산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과학기술 인재로서 더 큰 세상에 도전하는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투자·경영 전문가이자 기업 경영인으로, ‘펀드형 유언대용신탁 기부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해온 기부자로도 알려져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금융회사에 자산을 맡겨 관리·운용하고, 사후에는 지정한 수익자에게 자산을 이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권 회장은 이 구조에 30년 이상 축적한 투자 경험과 펀드 운용 노하우를 접목했다. 기부 원금은 쓰지 않고 보존하되, 금융 운용으로 발생한 수익을 장학금과 복지사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안정적인 장학 재원을 유지하면서 학생들을 후원하고, 그 성과를 사회적 가치로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 UNIST는 미산 개척자 장학금을 이러한 지속가능한 장학 모델로 운영할 계획이다.

박종래 UNIST 총장은 “권준하 회장의 기부는 학생들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경험을 통해 더 큰 인재로 거듭나도록 돕는 귀한 교육적 실천”이라며 “미산 개척자 장학금이 UNIST의 개척자 정신과 어우러져 학생들에게 오래 기억될 성장 경험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