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유일한 안심 약이었는데…” 타이레놀 ‘자폐 유발’ 논란 법정 공방 재점화

미국 내 법정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공방이 다시 불붙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아이의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한 미국 내 법정 공방이 다시 불붙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에 있는 제2연방순회항소법원 재판부는 13일(현지시간) 1심 재판부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한 관련 소송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한 후 자녀가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가족들이 타이레놀 판매사인 켄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에는 신뢰할만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학장인 안드레아 바카렐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보고서가 있었지만, 이 보고서가 원고측에 유리한 결과만 취사선택해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측이 요청한 의료 전문가들을 증인에서 배제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잘못된 조치였으며 견해의 타당성 여부 판단은 배심원단이 했어야 했다면서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WSJ은 이번 항소심 결정으로 비슷한 주장을 하는 500여건의 소송이 다시 법정에서 책임 소재를 다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해당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추긴 것이기도 하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자폐증 유발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바카렐리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기존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신부의 해열·진통을 위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약물로 여겨졌다. 이를 뒤집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보건·의료계에서 큰 논란을 불렀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아 출산 사이의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산부인과학회와 산모·태아의학회 등 의학단체들도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은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며 사태를 진화시키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