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사라지는 이유…미국 댐 287곳 위성으로 봤더니 71%는 강물 온도가 변했다 [후암동 논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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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물고기는 온도로 시간을 안다. 물이 이만큼 따뜻해졌으니 알을 낳을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그 시계가 어긋나고 있다. 댐이 강물의 온도를 바꿔놓기 때문이다. 1도 남짓한 차이지만, 알을 낳는 시기와 부화 속도, 새끼의 생존이 여기에 달려 있다.

미국 대형 댐 287곳을 위성으로 훑은 결과, 열에 일곱 꼴로 댐 아래 강물의 온도가 상류와 달라져 있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8호에 미국 버지니아공대 에밀리 엘리스 연구팀이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댐이 하류 강물의 온도를 바꾸는 현상은 특정 지역이나 계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분석한 댐과 유량 측정 지점에 설치된 온도 센서 분포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8호]


287개 댐, 위성으로 11년 치를 훑었다


댐이 강물 온도를 바꾼다는 것 자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그동안의 연구가 댐 한 곳, 혹은 강 하나, 특정 계절에만 머물렀다는 점이다. 강에 온도계를 꽂아 재는 방식으로는 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볼 수 없었다.

연구팀은 미국 지질조사국의 랜드샛 8호가 찍은 열적외선 영상을 활용했다. 물체가 내뿜는 열을 감지해 표면 온도를 재는 방식이다.

대상은 폭 100m 이상의 큰 강에 놓인 댐 287곳이다. 2013년부터 2024년까지 구름과 얼음이 없는 날의 영상을 골라 댐 상류와 하류의 강물 표면 온도를 이어 붙였다. 이렇게 만든 온도 단면이 1만1868개다.

연구팀은 위성 값이 믿을 만한지도 확인했다. 강에 설치된 실제 수온계 87곳의 측정값과 대조한 결과 위성이 잡아낸 온도 차이는 실제 측정값과 방향과 크기가 일치했다.

댐을 통과한 직후 하류의 수온이 상류에 비해 어떻게 변했는지 나타낸다. 저수지를 가진 댐(좌측)은 물이 차가워지는 현상(Cooler, 청록색)이 발생할 때 수온이 최대 10℃ 이상 급격히 떨어지는 강한 변화를 보인 반면, 저수지가 없는 댐(우측)은 온도 변화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고 완만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8호]


연구팀은 분석 결과, 전체 단면의 71%에서 댐 상류와 하류의 온도가 달랐다고 밝혔다.

그중 60%는 하류가 더 따뜻해졌다. 나머지 40%는 오히려 차가워졌다. 변화 폭은 평균 0.7~1.4도였다.

1도 안팎이면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물속 생물에게는 다르다. 물고기가 알을 낳는 시기, 알이 부화하는 속도, 어린 물고기의 생존이 모두 수온에 달려 있다. 특히 온도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때가 봄과 여름이었는데, 이때가 바로 물고기의 번식과 성장에 결정적인 시기다.

수온이 올라가면 물에 녹아 있는 산소가 줄어든다. 물이 따뜻할수록 산소를 덜 머금기 때문이다. 유해 조류가 번성하기 좋은 조건도 만들어진다.

댐에서 방류된 물이 하류로 흘러가면서(0~20km) 상류 평균 수온과 얼마나 차이를 유지하는지 보여주는 그래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8호]


온도 차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가장 뜻밖의 결과는 온도 차이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는 댐 바로 아래에서 온도가 크게 달라졌다가,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공기와 열을 주고받아 원래 온도로 돌아와야 한다. 강물이 흐르면서 주변 기온과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댐에서 2㎞ 떨어진 지점의 온도 차이는 0.4~0.9도였다. 18~20㎞ 지점에서는 0.6~1.5도로 오히려 벌어졌다. 따뜻해진 강은 더 따뜻해지고, 차가워진 강은 더 차가워졌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넓은 범위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댐이 만든 온도 변화가 20㎞ 아래까지 회복되지 않고 이어진다는 뜻이다.

사계절에 따라 저수지가 있는 댐(Reservoir, 짙은 색)과 저수지가 없는 보 형태의 댐(No reservoir, 옅은 색) 주변의 평균 수온을 비교했다. 겨울철(파란색)에는 저수지가 있는 댐 주변의 수온이 없는 곳보다 중앙값이 다소 높게 유지되는 반면, 여름철(녹색)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등 계절별 열적 특성을 보여준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8호]


댐이라고 다 같지 않았다. 저수지를 낀 댐과 그렇지 않은 댐의 차이가 컸다.

4도 이상 극단적으로 온도가 바뀐 사례의 91%가 저수지가 있는 댐에서 나왔다. 2~4도 변화의 75%도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저수지 안의 물이 층으로 나뉘는 현상을 원인으로 봤다. 여름이 되면 저수지 위쪽 물은 햇볕에 데워지고, 바닥 물은 차갑게 남는다. 이때 댐이 바닥에서 물을 빼내면 하류가 차가워지고, 수문 위쪽에서 물을 흘려보내면 하류가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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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뜻밖의 발견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가 기후위기 시대 생태계 보호를 위한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지구 온난화로 하천 수온이 상승하며 냉수성 어종이 서식지를 잃고 있는 가운데, 댐 방류로 인해 하류 수온이 낮아지는 구간을 피난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위성 데이터로 찬물 구간을 식별하고 댐 운영을 전략적으로 조절하면 의도적으로 이들을 위한 서식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위성 영상은 표층 수온만 측정할 수 있어 심층부 온도 파악이 어렵고, 촬영이 이뤄지는 낮 시간대 외의 일간 수온 변화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한계로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adv.aeb5193

논문 정보 : Emily A. Ellis et al. ,Satellite observations reveal widespread alteration of river thermal regimes by US dams.Sci. Adv.12,eaeb5193(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