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진행한 박기덕 대표이사
1억원 위자료 지급 판결
고려아연 “현재 지배구조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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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5년 1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고려아연이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근거로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 위법하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다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7부(부장 장지혜)는 지난10일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박 대표가) 임시주총 의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고 적었다.
박 대표가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 의장으로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임시주총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 위법하며, 이에 따라 박 대표가 영풍에 위자료 1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2025년 1월 23일 개최된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전년부터 이어진 고려아연-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되는 주총이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이 각각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집중투표제, 이사 선임 등 안건을 두고 부딪힐 예정이었다. 당시 확보한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하면 영풍·MBK 연합 측이 유리했다.
최 회장 측은 이를 뒤집기 위해 임시주총 하루 전 ‘상호주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려아연이 100% 보유한 호주 법인 선메탈홀딩스(SMH)가 지배하는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영풍정밀(현 케이젯정밀)과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3%를 매각했다.
박 대표는 임시주총 당일 의장으로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고려아연-SMH-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상호 출자 고리가 형성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취지였다. 상법에 따르면 A사(자회사, 손자회사 등 포함)가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B사가 A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영풍·MBK 측은 임시주총 중단을 요구했으나 박 대표는 임시주총을 진행했다.
영풍·MBK 측은 SMC는 호주 회사법상 유한회사에 해당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 대상이 아니며, 박 대표가 영풍의 주주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1심 재판부는 SMC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이유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법상 상호주 제한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데 SMC는 호주 회사법상 유한회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임시주총에서 SMC가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른 자회사에 해당함을 전제로 의결권을 제한한 피고(박 대표)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 대표가 임시주총 의장이자 SMH, SMC의 이사로서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을 제한, 영풍의 주주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박 대표는 2022년 7월부터 임시주총 당시까지 SMC와 SMH의 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1심 재판부는 박 대표가 임시주총 의장으로서 주의 의무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주주 의결권은 주주의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이를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며 “피고는 의결권 제한 사유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영풍으로 하여금 법적 검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 위법한 의결권 제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절차를 진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대표가 이런 의무를 저버리고 영풍에 불리하게 의사를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는) 고려아연 측 법률대리인의 의견만 좇아 임시 주총 절차를 진행했다. 주주 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의무를 이행하기보다 임시주총 이전부터 의도한 바대로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최대주주로 표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고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임시 주총 절차를 그대로 진행했다”고 적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번 판결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으며, 그러한 행위를 주도한 경영진에게는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확인한 판결”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주주평등 원칙과 주주의 의결권이 회사법상 가장 핵심적인 권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경영권 방어라는 명분 아래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측은 해당 판결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SMC는 2025년 1월 임시주총 이후 보유한 영풍 지분을 SMH에 넘겼다. 이어 같은 해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했다. 영풍·MBK 측은 이에 반발해 가처분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2025년 정기주총 진행은 합법이라고 판단했고, 해당 결정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판결은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정당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2025년 1월 고려아연 임시주총에 국한된 사안”이라며 “이번 선고와 연관된 2025년 1월 임시주총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 신청은 대법원에서 심리가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종 회사에 해당한다는 점을 소명했고 적법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 측은 SMC 역시 주식회사에 해당하며, 박 대표가 이를 근거로 2025년 1월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박 대표이사는 SMC가 주식회사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해 신중한 검토를 거쳐 상법 규정을 적용했고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임무를 다했다”며 “박 대표이사는 위자료 지급 판결에 대한 항소를 통해 법적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현재 경영 체제는 지난해 3월 정기주총 결의에 따라 성립했다. 이번 판결을 포함해 지난해 1월 임시주총 관련 분쟁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나 경영권 구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