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 흥행 속 2분기 실적 눈높이 하향…액면분할에 쏠린 ‘주가 반전’ 기대감 [투자360]

코스피 9%대 급락…SK하닉 15%·SK스퀘어 17%대 내려
SK하닉 2분기 영업익, 컨센서스 7% 하회 전망…액면분할 기대
첫날 12% 오른 美 ADR…레버리지 ETF는 SEC 제동에 하루 연기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한 가운데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분 기준 코스피는 35.74포인트(0.48%) 오른 7511.68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권(ADR)이 나스닥 상장 첫날 12% 넘게 오르며 미국 투자자의 높은 수요를 확인했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SK하이닉스와 최대주주 SK스퀘어가 급락했다. 반도체주 전반에 매도세가 번진 가운데서도 두 종목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미국에서 확인된 매수세가 국내 본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양 시장의 주가 흐름이 엇갈렸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7261억원, 2조196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3조88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33만5000원(15.37%) 내린 184만5000원에 마감했다. 전장보다 3.07% 낮은 211만3000원에 출발해 장중 214만2000원까지 반등했지만 이후 매도세가 거세지며 낙폭을 키웠다. 장중 저가인 183만9000원에 근접한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지분 20.5%를 보유한 최대주주 SK스퀘어도 24만8000원(17.60%) 급락한 116만1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모두 개장 직후부터 약세를 보인 뒤 장 후반으로 갈수록 하락 폭이 확대됐다.

삼성전자도 전 거래일보다 3만500원(10.70%) 내린 2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와 같은 28만5000원에 출발해 장중 29만25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급락해 장중 저가인 25만3000원에 근접한 수준에서 마감했다.

반도체주 전반의 낙폭도 컸다. 삼성전기는 18.62% 하락했고 삼성전자우도 8.96% 내렸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4.67%포인트, SK스퀘어는 6.90%포인트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날 공개된 실적 전망에서는 SK하이닉스 단기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80조9060억원, 60조4220억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기존 추정치보다 7.6% 낮고 약 65조원인 시장 전망치도 7%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도 각각 8.8%, 11.4% 낮췄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망치 조정은 실적 우려가 아니라 체결된 장기공급계약(LTA)을 바탕으로 가격 가정을 현실화한 결과”라며 “메모리 산업이 3~5년 LTA 계약 구조로 변화하면서 기업가치는 분기별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성이 얼마나 오랜 기간 지속되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최근 액면분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향후 주가 접근성 확대와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지도 주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 액면분할과 관련해 주주들의 요청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액면분할이 추진되면 200만원을 웃도는 주가를 더 작은 단위로 나눌 수 있어 개인투자자의 진입 부담을 낮추고 거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 본주의 약세 흐름과 달리 앞서 미국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ADR을 향한 강한 수요가 확인됐다. ADR은 지난 10일 공모가 149달러보다 12.76% 오른 168.01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17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으며, 이번 공모를 통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해외 기관들은 ADR 상장이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마이크론과 비교해 낮은 평가를 받아온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힐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시장에 직접 접근하기 어려웠던 투자자도 미국 거래시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 업체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샘 콘래드 주피터자산운용 아시아주식 인컴 투자매니저는 로이터에 “ADR이 국내 주식보다 프리미엄을 형성할 수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마이크론보다 낮은 PER을 적용받는 한국 상장 SK하이닉스 주식의 재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적어도 마이크론과 동등한 밸류에이션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처드 클로드 야누스헨더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SK하이닉스 ADR 상장은 한국 주식에 접근할 수 없었던 미국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세계 HBM 선두 기업에 처음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ADR을 둘러싼 긍정적 전망에도 단기 변동성은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당초 ADR 상장일에 맞춰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요구로 개시 시점이 하루 늦춰졌다. 이에 해당 상품들은 14일 프리마켓부터 거래될 예정이다. 구체적 이유는 발표하지 않았으나 신규 상장 종목과 레버리지 상품이 동시에 거래될 경우 주가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한 조치로 풀이된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기초자산이나 파생상품을 추가로 사고파는 만큼, 거래량을 늘리는 동시에 주가 등락을 증폭시킬 수 있다. 5월 말 국내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 이후 SK하이닉스 본주의 변동폭이 커진 만큼, 미국 시장에서도 관련 ETF 출시 이후 ADR 가격 흐름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