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무한대, 유일한 제약은 에너지”…업계 ‘반도체 정점론’ 일축

팻 갤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수요는 거의 무제한이며, 현재로서는 AI기반 경제 구현에 에너지 공급이 유일한 제약 요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팻 갤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 등 인공지능(AI) 관련 산업계의 경영진들이 수요는 사실상 무제한이며, 에너지 공급이 AI 기반의 경제를 구현하는데 유일한 제약요인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미 경제방송 CNBC는 겔싱어 전 CEO 등 업계 경영진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 같은 공통된 전언이 있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갤싱어는 지난해 인텔을 사임한 뒤 현재 기술기업 전문 벤처캐피털(VC)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의 CEO를 맡고 있다. 겔싱어는 “AI 수요는 거의 무제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에너지 공급이 “유일한 실질적인 제약 요인”이라고 CNBC에 말했다. 이어 “AI 향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네오클라우드 기업 네비우스의 최고매출책임자(CRO)인 마크 보로디츠키는 “수요 측면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요가 있고, 이는 이미 얼마 전부터 지속돼 온 현상”이라 말했다. 컴퓨팅 자원의 과잉공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도체 정점론’이 일고 있는 것을 사실상 반박하는 발언이다.

미국 AI 칩 제조사 세레브라스 시스템즈의 앤드류 펠드만 CEO는 최근 메타플랫폼이 남는 AI 컴퓨팅 용량을 임대할 수도 있다고 한 것에 대해 “특이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 전체적으로 컴퓨트(연산 자원) 수요가 공급 가능한 용량을 훨씬 초과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업계 전체적으로 컴퓨트에 투입되는 많은 요소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투자를 받은 한국의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박성윤 CEO도 “AI 인프라 구축 모멘텀은 여전히 엄청나다”라며 반도체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말했다. 최근 메타와 xAI의 컴퓨팅 파워 임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모든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인프라에 과잉 투자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광학 및 포토닉스 제조업체인 루멘텀은 향후 5년간 생산할 제품까지 모두 계약이 됐다고 강조했다. 루멘텀의 마이클 헐스턴 CEO는 “현재 5년 후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멘텀은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주가가 지난 1년간 약 7배 상승했다.

한편으로는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고 강조한 이들도 최근에는 AI 관련 투자에 ‘신중론’이 일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네비우스의 보로디츠키 CRO는 “이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AI 예산을 삭감하거나 엄격하게 심사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이것이 ‘AI 투자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투자 대비 수익(ROI)을 극대화하는 ‘밸류맥싱’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이전에 토큰을 무제한 쓰는 ‘토큰맥싱’은 기업이 투자 대비 이익을 얻을 때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지출을 더 합리화하는 전환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사이클에서도 항상 보던 현상”이라며 “이런 합리화가 결국 AI 수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레브라스의 펠드만 CEO는 “미래에는 최첨단 AI 모델은 더 복잡한 작업에, 다른 모델은 나머지 작업에 쓰일 것”이라 말하면서 “동네 상점 가는데 큰 차가 필요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