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만?…클래식 축제도 韓 슈퍼스타 헤드라이너 있다

임윤찬, 韓 최초 BBC프롬스 개막 공연
베르비에에선 손민수-임윤찬 ‘사제듀오‘
주미강-김선욱 듀오 리사이틀에 실내악
월클끼리 만남…조성진·하델리히 듀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지난해 4월 25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선보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공연 [유니버설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 세계 유수 대중음악 페스티벌엔 ‘헤드라이너’가 있다. 그 해 페스티벌을 책임지는 간판스타로 일면 ‘페스티벌 투어’를 떠나는 관객들은 그 이름만으로 기꺼이 지갑을 연다.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에도 ‘헤드라이너’는 있다. 단지 이 말을 쓰지 않을 뿐 그해 페스티벌에 간판이 되는 얼굴이 존재한다. 그들의 이름이 페스티벌 전체 티켓 판매를 끌어 올리는 흥행 보증수표다.

해마다 여름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유럽의 여름 클래식 축제의 대명사인 ‘BBC 프롬스(BBC Proms)’와 스위스 베르베지 페스티벌(Verbier Festival), 루체른 페스티벌(Lucerne Festival)도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는 유명 클래식 축제에 유독 한국인 연주자들의 이름이 자주 눈에 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손열음·김선욱·손민수,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박수예 등이 ‘유럽의 여름’을 책임진다. 그간 서구의 클래식 거장들에 밀려 무대 주변부에 머물던 한국 음악가들은 이제 축제의 시작과 정점을 알리는 ‘핵심 주역’이 됐다.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임윤찬이다.

‘개막의 얼굴’ 된 임윤찬…BBC프롬스 헤드라이너


13일 음악계에 따르면, 임윤찬은 올해로 131년을 맞은 BBC프롬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개막 무대 협연자로 서며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린다.

영국 BBC 프롬스는 1895년 시작,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클래식 음악 축제다. 산책하듯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의 ‘프롬나드(Promenade)’에서 따온 이름이다.

약 두 달간 런던의 명물인 ‘로열 알버트 홀’에서 이어지는 공연은 무려 90여개에 달하는 콘서트를 선보인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솔리스트 등이 총출동하는 ‘클래식의 올림픽’이라 할 만하다.

런던필하모니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빈체로 제공]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퍼스트 나이트(First Night, 개막 무대)’와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축제의 절정 격인 ‘라스트 나이트(Last Night, 폐막 무대)’은 전 세계 음악계가 집중하는 ‘일대 사건’이다.

임윤찬은 올해 이 무대의 헤드라이너로 서며 달리아 스타세브스카가 지휘하는 BBC심포니오케스트라와 라벨 피아노협주곡 G장조(7월 17일)를 연주한다. 코플런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 BBC 위촉 신작, 핀지의 ‘성 세실리아를 위하여’와 함께 구성된 프로그램에서 임윤찬은 축제의 ‘중심축’을 맡았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뒤 4년이 지난 지금,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임윤찬을 어떻게 가늠하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만하다.

역대 BBC프롬스엔 지휘자 정명훈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장영주,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 피아니스트 김선욱, 조성진 등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개막 무대를 꾸미는 건 임윤찬이 처음이다.

임윤찬을 비롯해 올해 BBC프롬스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7월 21일)가 존 스토르가르드가 지휘하는 BBC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제임스 가피건이 지휘하는 BBC심포니오케스트라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선보인다.

스승과 제자 사이인 피아니스트 손민수 임윤찬이 듀오 리사이틀로 관객과 만난다. [현대카드 제공]


알프스에서 만나는 임윤찬·손민수의 ‘사제 듀오’


BBC프롬스가 ‘오케스트라의 각축전’이라면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세계 최정상 클래식 엘리트들의 연구소와 같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산악 휴양지 베르비에에서 젊은 음악가들과 거장들이 음악으로 대화하는 자리가 바로 베르비에 페스티벌이다.

베르비에에서도 임윤찬은 단연 주인공이다. 그는 총 세 차례나 무대에 오른다. 가장 주목받는 공연은 라하브 샤니가 지휘하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협연(7월 26일). 임윤찬은 스승 손민수와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K.365를 연주한다. 다시 한번 만나는 ‘사제 듀오’의 무대다. 이번엔 스승과 제자가 페스티벌의 메인 프로그램에 함께 오르는 만큼 현지에서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무대는 오는 22일 스즈키 마사토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함께 ‘미리보기’처럼 볼 수 있다.

임윤찬은 이후에도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와 실내악(7월 30일) 무대를 갖는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과 스크랴빈을 들려주는 리사이틀(7월 31일)까지 책임진다. 손민수 역시 ‘사제 듀오’ 무대와는 별개로 실내악 무대(7월 29일)를 갖는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와 슈만 피아노 삼중주를 연주한다.

클라라 주미 강과 김선욱의 듀오 리사이틀 [크레디아 제공]


베르비에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이름들은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이다. 두 사람은 한국의 듀오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연주(8월 1일)한다. 듀오 무대뿐 아니라 실내악 무대도 많다. 듀오의 조합에 비올리스트 마테 슈츠,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와 함께 멘델스존 피아노 육중주(7월 27일)를 들려준다. 주미강은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와의 실내악(7월 28일) 무대도 예정돼 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한국인 음악가와 인연이 깊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016년 거장 샤를 뒤투아와 함께 강렬한 개막 무대를 장식했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18년 축제 25주년 갈라 콘서트에서 키신, 유자 왕, 안드라스 쉬프, 다닐 트리포노프 등과 함께 한 건반에서 호흡을 맞추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월클끼리 만난 루체른 페스티벌…조성진, 하델리히와 한 무대


스위스의 또 다른 도시 루체른은 늦여름의 축제를 책임지는 곳이다. 이 페스티벌은 태생부터 남다르다. 1938년, 나치 정권이 오스트리아를 강제 합병하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파시즘의 선전 도구로 전락하자, 전설적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를 중심으로 한 반파시즘 망명 예술가들이 루체른에 모였다. ‘예술적 자유’ 수호를 위해 연 그때의 갈라 콘서트가 바로 루체른 페스티벌의 모태다.

일명 클래식계의 ‘올스타전’으로 불린다. 이 축제를 이끄는 오케스트라 때문이다. 거장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전 세계 오케스트라 수석급 연주자만 모아 만든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지금도 세계 최고의 악단으로 꼽힌다.

올해 루체른 페스티벌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총출동한다. 작곡가 진은숙,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등 그야말로 한국 클래식계의 대표 얼굴들이다.

[프라하의봄 음악축제 준비위원회 제공]


마침내 기다리던 ‘월클’(월드클래스)들의 만남이 시작된다. 올해 루체른 페스티벌이 가장 힘준 무대는 바로 조성진 &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8월 24일)의 실내악이다.

올해 루체른이 전면에 내세운 올해의 아티스트(artiste étoile, 아티스트 에투알)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가 조성진을 찍었다. 두 사람의 듀오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축제의 공식 서문에선 “월드클래스와 월드클래스의 만남(World-class meets world-class)”이라고 촌평했다. 두 사람은 올해 테마인아메리칸 드림’에 맞춰 미국 작곡가 에미이 비치(Amy Beach)의 로망스를 배치했다. 여기에 브람스와 프로코피에프 소나타로 이어지는 구성으로 관객과 만난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루체른 페스티벌 정식 ‘데뷔 무대’(9월 8일)를 갖는다. 임윤찬은 올 상반기 루체른 심포니의 겨울 축제인 ‘레 피아노 심포니크’에 참가한 적은 있으나, 여름 축제는 처음이다.

기대를 모으는 것은 세계적 거장 세묜 비치코프가 이끄는 동유럽의 맹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라는 점이다. 임윤찬은 BBC프롬스 무대에서 선보이는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다시 한번 들려준다.

작곡가 진은숙은 세계 현대음악의 산실인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컴포저 세미나’를 지휘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이 프로그램은 기존 실내악 포맷에서 ‘대규모 오케스트라 작품 작곡 코칭’으로 콘셉트가 달라졌다. 그 전환기를 진은숙이 이끄는 것이다. 진은숙의 엄격한 선발을 거쳐 전 세계에서 뽑힌 6인의 신진 작곡가 중엔 한국의 백성태도 포함돼 있다. 8월 23일 폐막 콘서트에서 그의 오케스트라 신작이 초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