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연장·이자유예 등 연쇄부실 차단
은행 ‘배임’·제2금융권 ‘환영’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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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가 홈플러스 임차점포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려면 대주단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홈플러스의 임대료 연체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거나 대출 만기가 도래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권의 임차점포 관련 익스포저가 약 3조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점포와 임대사업자의 연쇄부도를 막기위한 조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홈플러스 임차점포 대주단 자율협약’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을 대상으로 홈플러스 임차점포 대주단 간담회를 열고 대주단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자율협약 초안에는 개별 금융회사가 단독으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담보권을 행사하거나 제3자에게 대출채권을 매각·양도하려면 대주단 전원의 만장일치 동의을 받아야 한다.
금융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대주단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출 만기를 연장할 수 있으며, 이자를 내지 못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연체이자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된다. 세부 내용은 금융당국과 업계의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점포를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했다. 이후 은행과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은 펀드와 리츠를 통해 임대사업자의 점포 매입 자금을 대출해줬다. 관련 익스포저는 약 3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임차인으로 들어간 홈플러스가 임대료를 제때 지급하지 못할 경우 임대사업자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이는 대출을 공급한 금융회사들의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홈플러스에 빌려준 직접대출 약 1000억원에 대해 이미 손실 처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협약이 시행되면 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는 사업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독자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후순위 채권자는 선순위 채권자의 담보권 행사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이같은 대주단협의체를 제안한 건 홈플러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점포 폐업이 확산하면 협력업체와 근로자 피해가 커지고, 후순위 채권자의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금융권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선순위 채권사인 은행들이 사업장에서 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사업장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며 “대주단 협약으로 시간을 확보한 뒤 협력업체 관련 채권과 임금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금융권은 지난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주단 협의체를 구성한 경험이 있다. 대주단에 속한 금융회사 3분의2만 동의하면 나머지가 반대하더라도 관련 대출의 만기 연장을 해줬는데, 이번 홈플러스 임차점포 대주단 협약도 당시 협약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대주단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업권별로 반응이 엇갈린다. 은행들은 다소 부담스러운 눈치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담보권은 채권자의 권리인데, 제 때 행사하지 않으면 배임으로 이어질까 조심스럽다”면서도 “어쨌든 당국이 요청을 했으니 검토는 하겠지만 별 수 있겠나”고 말했다.
반면 후순위 채권자가 많은 캐피탈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반기는 분위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협의체를 꾸려놓고도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면 실효성이 없다”며 “제3자 양도 등에 대해 의결 요건을 강화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