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끄고 통항…보험료 급등까지 악재
미국과 이란이 다시 무력충돌을 재개한 가운데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재봉쇄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해협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고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미국의 추가 공습에 반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또 다시 유조선들이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고 어둠을 틈타 항해하는 등 ‘목숨 건 통항’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은 상업적 통행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한다고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해협 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승부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양측의 진실공방 속에서 해운업계는 사실상 전시 상황에 준하는 대응에 들어갔다. FT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 중 이란 영해를 선택하는 상선은 거의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이란의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서방의 제재를 받을 위험이 큰 데다, 이란 영해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구조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지난주 유조선을 공격하기 전 선박들에게 “이란 영해를 통해서만 항해하라. 그렇지 않으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여러 선박이 항로를 바꾸거나 회항했다.
결국 일부 선박은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고, 어둠을 틈타 오만 연안을 따라 이동하는 이른바 ‘암흑 항해’를 선택했다. 미군의 공중 엄호를 받기 위해 오만 항로를 이용하면서도, 위치 정보는 최대한 노출하지 않는 방식이다. 선박을 출항시키는 과정도 사실상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선주와 용선사, 보험사, 선원은 물론 미 해군 산하 상선지원기구와의 협의를 모두 마쳐야 운항이 가능하다. 보험료도 치솟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위기 최고조 당시 보험료는 선박 선체 가치의 7~8%에 달했다. 이후 해협이 다시 열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약 2%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6%까지 상승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선박이 해협에 발이 묶일 경우를 대비한 보호 조항까지 계약에 넣어야 해 협상이 매우 복잡하다”며 “이런 상황은 업계에서도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