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반격→재공습에 MOU 이미 무력화
이란 핵시설 복구정황 겹쳐 휴전중단 위기
이란 “호르무즈, 전략적 통로…반드시 사수”
신뢰없는 양국 ‘치킨게임’ 확전시 파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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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가운데)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에서 바드르 빈 하마드 알 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은 12일 미군의 연이은 공습을 약속 파기라 주장하며, 미국 개입이 종료될 때까지 해협을 전면 퍠쇄하겠다고 밝혔다. [UPI] |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한 이란에 대해 공습을 감행하자 이란도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며 양측의 무력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의 최측근 인사가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수십 개의 원자폭탄보다 더 중요하다.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7일 양국이 60일 휴전을 조건으로 체결한 양해각서(MOU)가 파국 위기에 놓인 형국이다.
미군은 미 동부시간으로 12일 오후 5시(한국시간 13일 오전 6시)에도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을 단행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네 번째 이뤄진 공습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관문인 이란 남부 최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서부 외곽을 비롯해 게슘섬, 자스크 등에서 수차례의 강력한 폭발음이 잇따라 들렸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 남서부 후제스탄주 여러 지역에서도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통제권을 두고 공습과 반격 그리고 다시 재공습이라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 11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키프로스 선적의 컨테이너선을 공격했다며 이에 미군이 이란 남부 주요 군사시설들에 공습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공격 개시 발표 몇 시간 뒤 별도의 공지를 통해 이날 공습을 마무리했다며 전투기, 드론, 정밀 유도 무기 등을 활용해 이란 내 군사 목표물 약 140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도 중동 지역 미군 기지를 겨냥한 공격으로 맞섰다. 이란은 이날 요르단·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오만 등 인근 국가들을 겨냥한 무차별 공격을 단행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 혁명수비대는 요르단의 프린스 하산 공군기지에 주둔한 미군의 지휘통제소와 MQ-9 드론 격납고를 탄도미사일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쿠웨이트 주둔 미군 기지의 패트리엇 방공 포대 1개와 탄약고·레이더 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했으며, 바레인에 주둔한 미 해군 5함대 사령부의 통신 및 레이더 시설도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됐다고 발표했다.
이란군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와 이 기지 내 전투기 유지·보수 시설, 지휘통제실을 겨냥해서도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혁명수비대가 오만의 두큼항에 있는 미 항공모함 재급유 시설과 군수 보급시설도 강력하게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자국 영토를 겨냥한 미국의 최근 공습을 규탄하며 “서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지난 수개월간의 모든 외교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미국과 종전 MOU 체결 후 핵시설 복구 작업을 진행한 정황이 위성사진으로 드러났다. 위성영상 업체 벤터가 6월 22일과 7월 7일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핵무기용 고성능 폭발물 저장시설로 추정되는 파르친 군사단지 내 ‘탈레간 2’ 시설에서 공습 피해를 복구하는 재건 작업이 포착됐다. 또한 6월 21일 사진에선 지하 핵시설로 의심되는 지역의 터널에 차량이 드나드는 모습도 확인됐다.
CNN방송은 이 같은 정황이 이란이 6월 17일 미국과 체결한 MOU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간 체결한 기존 MOU 체제는 이미 무력화됐다는 평가다. CNN 군사 분석가이자 전 미 공군 대령인 세드릭 레이튼은 “IRGC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정 체제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습만으로는 그들이 그런 태도를 바꾸도록 강제할 수 없을 것이며, 작전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면서 종전 협상도 좌초 위기에 몰렸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에 따르면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 모흐센 레자이는 전임 최고지도자이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부친인 알리 하메네이를 위한 추모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통로”라면서 “이는 수십 개의 원자폭탄보다 더 중요하며,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이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을 잇따라 공격해 미국의 보복성 군사행동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선박들의 ‘불법 항로 통항’을 이유로 해협 전면 봉쇄를 선언한 가운데서 나온 발언이다.
IRGC 사령관 출신인 레자이는 이슬람혁명 1년 전인 1978년 이란 남부에서 벌어진 미국 석유회사 경영진을 암살한 사건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초강경 인사로 평가된다.
레자이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한 날 알리 하메네이가 폭사한 일을 가리켜 “이란 국민의 감정이 공격당했고, 그들이 우리 아버지를 죽였다”고 말했다. 이어 “복수는 혁명의 종말을 뜻하지 않으며, 오히려 혁명을 계속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며 “복수의 길 또한 추구하겠다, 쿠란은 적과 맞서 싸우고 침략자를 굴복시키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미-이란간 휴전 중단 위기에 대해 칼 슈스터 전 미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장은 “휴전 협정에 서명한 이란 정부가 IRGC에 대해 아무런 통제권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휴전이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현 가능한 유일한 휴전은 IRGC가 동의하는 휴전뿐”이라며 “이는 IRGC 지도부가 휴전만이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판단할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