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뭄에 불 붙은 팹 증설…삼성, 용인공장 가동 1~2년 앞당긴다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삼성, 용인 국가산단 첫번째 팹 2029년 가동 목표
평택캠퍼스 P4·P5팹도 조기 가동…생산능력 2배로
마이크론, 2500억달러 투자해 팹 신규 건설
공급 부족 틈타 中 메모리 업체도 생산능력 확충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조성하는 용인 이동·남사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감도 [용인시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AI(인공지능) 시장의 고도화로 반도체 병목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칩 메이커들이 앞다퉈 생산능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추가 팹(반도체 생산공장) 증설 뿐 아니라 계획된 팹 가동 일정까지 앞당기고 있는데, 그럼에도 빅테크 중심의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산단에 들어설 총 6기 팹 중 첫번째 팹의 가동시점을 당초 계획(2030~2031년)보다 1~2년 앞당긴 2029년으로 재조정했다. 폭증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중심으로 기획됐는데,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응해 ‘메모리-파운드리 복합 단지’로 추진될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마지막 팹 완공 시점을 크게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당초 2047년 완공예정이었던 삼성전자 용인 국가산단은 7년 단축된 2040년, 2045년 완공 예정이었던 SK하이닉스의 용인 일반산단은 12년을 단축해 2033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반도체 팹 1기를 건설하는데엔 통상 2년 가량이 소요된다. 용인 국가산단 1기 팹이 2029년에 가동되기 위해선 늦어도 올해 하반기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고, 내년 중에는 착공과 본격적인 골조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 특히 전력과 용수 등 핵심 기반 시설 구축 또한 앞당겨져야 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경기도 평택 반도체 사업장의 P5 팹2 부지에 말뚝(파일)을 지반에 박는데 사용되는 ‘항타기’를 배치하며 착공 준비에 들어갔다. [독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기지 조성 계획도 빨라지고 있다. 평택 P4(4공장)팹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 가량 앞당겨 연내 완전 가동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잠정 중단됐던 P5(5공장) 팹1은 지난 4월 본공사에 착수했다. P5 팹2 착공도 6개월 앞당겨 이달 본격 착공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2028년 P5 팹1이, 2029년 P5 팹2 가동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기준 월 65만장에서 135만장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용인과 평택 등지에 팹을 조성하기 위한 투자 규모는 2030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장 배경에는 과거와는 궤를 달리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스마트폰이나 PC가 이끌었던 반도체 사이클과 달리,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중심축이 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폭발적인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변동성이 컸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증설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의 선제적인 장기 공급 계약(LTA)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캐파(생산능력)를 확장하는 구조적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최근 연이은 투자발표회에서 “지금은 세계 경제의 판이 흔들리는 승부의 시간”이라며 투자 속도전을 강조했다.

‘삼전닉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글로벌 D램·HBM(고대역폭메모리) 점유율 3위 마이크론도 최근에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투자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9일 2035년까지 미국 투자 규모를 2500억달러(약 375조4400억원)로 확대하고 자사 D램의 40%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미국 내 17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6월 투자액을 2000억달러로 상향했고, 이번에 다시 500억달러를 증액했다.

이와 별도로 일본 히로시마에는 2028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차세대 D램 및 HBM 공장을 짓기로 결정, 지난 5일에는 기공식을 가졌다. 투자 규모는 1조5000억엔(약 14조2000억원) 수준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도 대미 투자액을 기존 1000억달러(약 150조원)에서 1650억달러(약 249조원)로 확대해 미국에 웨이퍼 공장 6곳과 패키징 공장 2곳, 연구개발(R&D) 센터 1곳을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로이터]


이처럼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가 투자를 앞당기는 배경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가파른 성장을 견제하려는 포석도 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CXMT는 이달 중순 기업공개(IPO)를 통해 295억위안(약 6조5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CXMT는 이 중 75억위안을 생산능력 확충에, 130억위안을 D램 기술 업그레이드에, 90억위안을 차세대 연구개발(R&D)에 투입해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구상이다.

CXMT는 허페이 기존 팹의 생산 능력(캐파) 확충은 물론, 상하이에 신규 D램 공장을 착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면 CXMT의 월 생산능력은 60만장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생산능력이 2028년 월 50만장으로 마이크론을 넘어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봤다.